"어두운 3D 영상 안녕"…UNIST, 필터 없이 원형편광 제작 기술 개발

기사등록 2025/12/29 14:46:13

송명훈·이승걸 교수팀, 원형편광 발광하는 페로브스카이트 소자 PeLED 개발

차세대 3D 디스플레이, 통신·보안 기술 응용 기대…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 게재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두 종류의 키랄 분자를 넣는 PeLED 설계 전략 (사진=UNIST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일반영화보다 유독 어둡게 느껴지는 3D영화의 고질적인 문제가 사라질 전망이다.

어두운 이유는 원형편광이라는 빛의 특정 성분만 통과할 수 있는 필터를 쓰기 때문인데 이 필터 없이도 원형편광을 고순도로 만들어내는 차세대 발광소자가 개발됐다.

더 밝은 차세대 3D 디스플레이, 순도 높은 빛 성분을 0과1 정보로 활용하는 보안·통신 기술 분야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소재공학과 송명훈·이승걸 교수팀은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층 구조 안에 특수 분자 2종을 넣어 외부 필터 없이 고순도의 원형편광을 골라 발광하는 페로브스카이트 LED(Perovskite LED, PeLED)를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원형편광은 특정 방향으로 회전해 나가는 빛의 성분이다. 일반 LED에서 나오는 빛은 사방으로 퍼지기 때문에 필터를 덧대 원형편광 성분 빛만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밝기가 뚝 떨어지는 게 문제다. 편광 필터를 통과하지 못한 빛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PeLED는 LED 자체가 처음부터 원형 편광 빛을 낸다. 발광 소재인 '페로브스카이트' 내부의 '키랄(Chiral)' 분자 덕분이다. 키랄 분자는 거울에 비췄을 때 왼손과 오른손처럼 서로 겹치지 않는 비대칭 구조 분자다. 키랄 분자를 넣으면 내부 구조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그 안에서 생성되는 빛도 한쪽 방향으로 회전하는 형태가 된다.

기존에는 키랄 분자 한 종만 첨가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으나, 구조의 비틀림이 균일하지 않아 편광 방향의 순도나 밝기가 급격히 떨어졌는데, 연구팀은 역할을 분담하는 두 가지 키랄 분자를 혼합하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했다.

'메틸벤질 암모늄(MBAI)'과 '비나프틸 인산염(BHP)'이다. 메틸벤질 암모늄은 페로브스카이트층 사이에서 전체적인 비틀림 구조를 유도하고, 비나프틸 인산염은 구조적 비틀림 때문에 생기는 결함까지 완화해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연구팀은 이론 계산을 통해 이러한 구조 변화가 실제로 빛의 회전 방향과 밝기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편광 방향의 순도 향상은 보안, 양자정보 통신 분야에서 개발된 PeLED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편광 방향의 순도가 높을수록 좌측 또는 우측으로 도는 빛을 0, 1의 정보로 활용하는 보안이나 통신 기술에서 정보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UNIST 연구진. 사진 좌측부터 송명훈 교수, 이승걸 교수, 최용준 연구원 (사진=UNIST 제공) 2025.12.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송명훈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LED는 이미 상용화된 OLED보다 제조 원가와 광효율 측면에서 원형편광을 발광하는 LED를 만드는 데 유리하다"며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필터 없는 고휘도 디스플레이는 물론 양자 암호 통신과 같은 고부가가치 미래 시장을 선점하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성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12월 3일 온라인 공개돼 정식 출판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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