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디, 약 10년 만에 매장 2배 늘어
美 전기 요금 1년간 6.9% 올라…물가상승 2배
2분기 상위 10% 소비 지출, 전체 절반 육박
[서울=뉴시스]고재은 기자 = 미국 경제의 'K자형 양극화(계층·산업·기업·지역 간 격차 확대 현상)'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저가형 소매업체가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현지 시간) NBC뉴스에 따르면 월마트와 같은 저가형 소매업체인 알디는 최근 10년간 폭발적인 성장을 거뒀다. 매장 수는 2012년 1230개에서 2023년 두 배인 약 2400개로 늘었다. 2028년까지 800개 매장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알디는 저렴한 가격과 간소한 운영 방식으로 인기를 얻었다. 동전 투입식 쇼핑 카트, 소수의 유명 브랜드 제품, 종이 상자에 담아 진열한 상품 등이 대표적이다.
이 기업은 최근 미국 경제에 불어 닥친 'K자형 양극화'로 인해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몇 년 간 지속되는 인플레이션, 높은 금리, 에너지 비용, 관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최근 미국의 생활비는 급격히 올랐다.
알디 대변인은 NBC에 "모든 인구 통계학적 특성과 소득 수준의 소비자들이 알디를 찾고 있다"며 "누구도 필요 이상으로 식료품에 돈을 쓰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 NBC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예산을 절약하기 위해 식료품 구매 품목을 바꿨다고 응답했다. 응답자들은 주택 비용과 식비를 가구가 직면한 가장 큰 경제적 문제로 꼽았다.
전기세, 가스비 등 공공요금도 크게 올랐다.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전기 요금은 지난 1년 동안 6.9% 올랐는데 물가 상승률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미 국가에너지지원담당자협회(NEADA)에 따르면 올 겨울 미국 가정의 평균 난방비는 995달러(약 142만원)로 예상된다. 지난해보다 84달러(약 12만원) 오른 수준이다.
NEADA 마크울프 사무총장은 "고소득층에게는 큰 변화가 아닐 수 있지만, 이미 어려움을 겪는 가정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타격"이라고 지적했다.
연간 10만 달러(약 1억4300만원) 이상의 소득을 버는 신혼부부 브라타니 즈위어와 프랭크 마르티네스는 NBC에 "지금 당장 필요한 것만 사고 있다. 요즘은 석 달에 한 번 정도밖에 외식을 못한다"며 알디에서만 식료품을 구입한다고 전했다.
연소득 5만 달러 미만(약 7000만원)으로 생활을 꾸려나가는 마이클 토레스도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은 다르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얻으면 된다"며 "다만 일부 원하는 것은 당분간 미뤄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K자형 경제…미국 고소득층 소비 의존도 심해져
한편 많은 미국인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미국 경제의 고소득 가구에 대한 소비 의존도는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자형 경제는 최상위 계층이 경제적 안정을 유지하는 구조를 뜻하는데, 이들은 오히려 소득·소비가 증가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국 전체 소비자 지출에서 상위 10% 소득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고치인 49.2%를 기록했다.
일부 기업들은 고소득층 소비자를 겨냥한 고급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달 아메리칸 항공은 완전히 눕힐 수 있는 좌석과 블루투스 연결 기능을 갖춘 신형 항공기를 운행했고, 저가 항공사 젯블루는 첫 번째 공항 라운지를 개장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극히 일부 미국인의 소비 지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네이비 페더럴 크레딧 유니온(NFCU)의 수석 경제학자 롱은 "2026년 경제가 불황에 빠질지 여부는 거의 전적으로 상위 20%에 달려 있다"면서도 "소득 하위 계층은 뒤처지고 있다고 느끼고, 운이 좋은 날에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k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