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공연 통해 슬픔 달래…거대한 빈소처럼 통곡·오열
유가족, 추모식 기점 "다시 한번 진상규명에 온 힘 쏟을 것"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인 29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참사 1년 전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여객기가 착륙을 코앞에 두고 송출했을 평온한 목소리의 기내방송이 주제공연을 통해 공항 대합실에 울려 퍼지자, 참사 유가족들은 추모식 내내 겨우 참아온 눈물을 쏟아냈다.
기내방송이 끝나면 가족들이 돌아올 수 있을까. 잠시 동안의 꿈같은 생각 이후 눈 앞의 추모식 현장을 직시한 가족들은 더이상은 버틸 수 없다는 듯 목구멍을 열어 젖히고 절규했다.
"살려내", "돌아와"라고 외치는 통곡 소리가 공항 2층 대합실을 가로지르면서 무안공항은 1년 만에 다시 유가족들의 울음을 담은 거대한 빈소가 됐다.
유가족들은 행여나 주변에 피해가 갈 까봐 얼굴을 손수건으로 가린 채 통곡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울분 섞인 탄식을 쏟아낸 몇몇 유가족은 몸을 가누지 못하고 다른 가족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좌석에 앉았다.
서로의 몸에 기대 겨우 숨을 내몰아 쉬는 유가족들은 지친 표정 속에서도 슬픔을 억누르지 못했다.
추모식에 앞서 못다 마친 추모 행렬이 대합실 1층에 마련된 임시분향소에 이어졌다. 한 어린 아이는 고사리손으로 국화꽃을 놓으며 "할머니 또 올게요"라며 꾸벅 인사했다.
헌화를 기다리는 유족들은 연거푸 한숨을 쉬며 천장만 바라보거나 발을 구르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파르르 떨리는 손으로 국화꽃을 놓은뒤 차마 견딜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황급히 돌리고 눈물을 감췄다.
김유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1년 전 오늘 전원 사망이라는 자막 아래 유가족들의 삶은 무너졌다. 1년 전과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진실 규명은 여전히 멈춰 있다"며 "국가는 179명의 희생자에 대해 단 한 번도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유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특별한 대우가 아니다. 은폐 없는 조사와 배제 없는 참여, 예외 없는 책임, 그리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국가의 최소한의 의무"라며 "사조위의 독립을 약속했던 그 약속이 이제는 선언이 아닌 제도로, 형식이 아닌 진실로 이어지길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참사로 딸을 잃은 이정복씨도 "1년 동안 착잡한 시간을 보냈다. 추모식 리허설도 굳이 보지 않고 버텼다. 유가족 쉘터를 떠나 지내던 우리 다른 유족들도 전날에는 무안공항에서 지냈다"며 "이제 유가족들이 원하는 단 하나는 진상규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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