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대학의 대자보 사전 승인, 표현의 자유 과도 제한"

기사등록 2025/12/29 12:00:00 최종수정 2025/12/29 13:16:24

사전 심사 관행에 제동…"학생 의견 사실상 검열"

"승인 없이도 의견 개진할 수 있는 공간 마련해야"

[서울=뉴시스] 국가인권위원회.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대학이 '사전 승인'이라는 자체 규정을 근거로 정치·사회적 의견이 담긴 학생 대자보를 철거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 것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A대학교와 B대학교가 자체 규정에 근거해 교내 게시물을 철거한 행위가 학생들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 각 대학 총장에게 규정 개정을 권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충남 소재 A대학의 경우 재학생이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8주기 추모'를 주제로 한 포스터 게시를 신청했으나, 학교 측은 해당 내용이 정치·종교·성 관련 사안에 해당해 면학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승인을 거부했다. 이에 학생은 대학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지난해 5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경기 소재 B대학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 해당 대학 재학생은 비상계엄 사태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교내 여러 건물에 부착했으나, 학교는 내부 규정을 근거로 이를 철거했다. 학생은 학교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지난해 12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각 대학은 해당 게시물이 논쟁의 소지가 크고, 교육환경 보호를 위한 내부 규정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 아동권리위원회는 학생들의 정치·사회적 의견 표명을 제한하거나 사전 승인 대상으로 삼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이러한 규정이 학생들의 의견 개진을 사실상 검열하는 기능을 하며, 대학 내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 문화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인권위는 각 대학에 대해 학생들이 사전 승인 없이도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게시 공간을 마련하고 관련 규정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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