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본격화한다. 다음주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해 회장 선임 절차의 공정성부터 이사회 독립성, 주주 추천 이사제, 최고경영자(CEO) 자격 요건 마련, 지주사의 자회사 내부통제 책임 강화까지 폭넓은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조만간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TF 첫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금융지주·은행 CEO의 장기 집권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 왔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회장 연임 관행을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공개 비판하면서, TF 논의 역시 보다 전향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BNK·JB금융 사례서 본 '절차 공정성·자질 검증' 논란
TF는 우선 지주·자회사 CEO 선임 절차의 공정성과 객관성, CEO 기준 마련을 핵심 의제로 다룰 가능성이 크다.
지배구조 검사 1호 타깃이 된 BNK금융지주는 최근 빈대인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하는 과정에서 절차 논란에 휘말렸다. 후보 접수 기간이 추석 연휴를 끼고 공휴일을 제외하면 닷새에 불과해 턱없이 짧았던 데다, 입후보 개시 사실을 외부에 즉시 공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깜깜이 절차'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근본적인 문제로는 이사회 독립성 미흡이 지목된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경영진이 대통령, 이사회가 국회, 주주총회사 이사회를 뽑는 총선이 되는 건데 BNK나 금융지주들 이사회를 보면 주인없이 방치돼 대통령이 국회의원(이사회)을 추천하고 추천을 받은 국회의원이 다시 대통령을 뽑는 구조"라고 비유했다.
또 "회장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로 구성되는데 지금 사외이사 7명 중 1명이 롯데 추천, 나머지는 회사 추천"이라며 "주인없는 회사로 방치되니 셀프 선임되고 서로가 서로를 찍어주는 성을 구축했다"고 비판했다. 라이프자산운용은 BNK금융 지분 약 4%를 보유한 주주로, 주주 추천 이사제 도입을 통한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요구해왔다.
금감원은 지난 23일부터 부산에 5명, 서울에 3명의 인력을 파견해 BNK금융지주와 자회사 은행들에 대해 현장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JB금융도 금감원 지배구조 검사의 잠재 타깃으로 거론되고 있다. JB금융의 경우 전북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후보자 '자질' 문제가 불거졌다. 차기 전북은행장 후보로 단독 추천된 박춘원 JB우리캐피탈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면서다.
박 대표는 김건희 여사 집사 게이트와 연루된 IMS모빌리티 투자 건으로 특별조사를 받은 바 있으나 JB금융 자회사CEO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는 문제될 것이 없단 판단에 단독 후보 추천까지 올렸다.
하지만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사회와 주주총회 일정은 연기됐고 전북은행은 차기 은행장 선임을 건너뛰고 일단 부행장 인사부터 마무리했다. 백종일 전북은행장의 임기는 12월 말까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회장 인사가 정리돼야 자회사 CEO, 임원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진행하며 내년을 세팅할 수 있는데 최근 당국 기조로 인사 일정 자체가 불확실해졌다"며 "지배구조 개선 취지는 이해하지만 개인 기업의 내부 인사 경영 행위는 어느 정도 존중해주고, 무엇보다 시기를 고려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전했다.
◆TF 논의 쟁점은
'참호 구축', '밀실 경영' 등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TF도 CEO 선임 절차 투명성 제고와 객관적인 CEO 자격 요건 마련에 주안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의 외부 독립성 기준이 거론된다. 지주들 회추위는 사외이사 중심으로 구성돼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현직 회장과 경영진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TF에서는 회추위 구성 요건과 운영 방식, 평가 기준의 투명성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율하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연기금 등 주요 주주의 이사 추천 제도 현실화 여부도 논쟁적 사안이다. 이찬진 원장은 지난 10일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전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의 주주 추천 등을 통해 독립성을 갖춘 회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과 공정한 운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발언했는데, 시장에서는 이를 국민연금 등 연기금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연기금이 사외이사를 추천할 경우 경영 개입 논란과 책임 부담이 커질 수 있어 TF에서도 찬반 논의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일단 주주로서 사외이사를 추천하면 그 이후 투자 기업에 대한 경영 개입이 제약될 수밖에 없다"며 "추천 사외이사가 들어간 이사회에서 뭔가를 결정하면 반대하기 쉽지 않아져 투자 활동에 제약이 커진다"고 말했다.
또 "사실상 경영참여 행위가 될 수 있어 지분 보고 의무도 훨씬 강화되고, 단기차익반환의무까지 생길 수 있어 수익률 관리가 쉽지 않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더군다나 국민연금은 올초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투자 목적을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하며 주주권 행사 범위를 축소했다. 현재 일반투자 목적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4대 지주 중 KB금융뿐이다.
지주사의 자회사 내부통제 책임 강화도 핵심 의제다. 그간 금융지주는 자회사 금융사고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였지만,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 대형 사고가 반복되면서 지주 차원의 관리·감독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찬진 원장은 1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금융회사 관련법을 보면 지주회사에 대한 감독·제재 권한이 극히 미미하다. 최상위에 있는 금융지주사에 대한 공적 관리 규제가 없어 그 부분을 개선해야 할 과제가 있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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