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 원인이 서학개미?…금융당국 채찍·당근 총동원

기사등록 2025/12/27 13:00:00 최종수정 2025/12/27 13:10:24

"서학개미 부추기지마라" 압박에 증권사 이벤트 줄줄이 종료

기재부 "국장 복귀하면 세제 혜택"…효과는 미지수

여의도 증권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지민 기자 = 정부가 환율 급등의 원인 중 하나로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투자 확대를 지목하면서, 증권사들의 관련 영업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서학개미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수수료 무료'·'현금성 리워드 지급' 등 이벤트는 자취를 감춘 상태다. 최근에는 기획재정부가 '국장 복귀 시 세제 혜택' 카드까지 꺼내 들며 환율 방어에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27일 금융당국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내년 3월까지 증권사들의 해외투자 관련 신규 현금성 이벤트 및 광고를 중단하도록 했다. 재개 여부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추후 다시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증권가에서는 신규 이벤트는 물론 기존에 진행하던 수수료 감면, 현금성 리워드 지급 등 이벤트를 줄줄이 종료하고 있다.

최근 메리츠증권은 비대면 계좌 신규 개설 고객을 대상으로 하던 미국주식 '제로 수수료(수수료 0%)' 혜택을 내달 초 중단하기로 했다. 앞서 키움증권도 이와 비슷한 수수료 이벤트와 '33달러 받고 미국 주식 시작하기' 등 현금성 이벤트를 종료한 바 있다.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토스증권 등도 해외주식 관련 이벤트를 조기 종료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투자자들에게 해외주식 정보를 공유하던 채널들도 문을 닫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 23일 텔레그램 채널 '미국주식 톡톡'과 '해외선물 톡톡' 운영을 잠정 중단했고, 한국투자증권도 24일 '중국/신흥국' 채널을 일시 중단했다.

금융당국의 압박은 이달 들어 본격화됐다. 금감원은 지난 3일 주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대상으로 해외투자 영업 실태 점검에 착수한 데 이어, 19일부터는 현장검사로 전환했다. 또 금융상황 점검 회의에서는 증권사들의 해외투자 영업과 관련해 "투자자 보호는 뒷전으로 한 채 단기 수수료 수입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아울러 신규 이벤트 금지와 함께 투자 위험성 안내를 강화하고, 내년도 사업계획과 성과지표(KPI)에 해외투자 관련 항목 반영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투자자 보호' 차원이라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정부의 환율 방어에 "서학개미에게만 괜한 불똥이 튀고 있다"는 불만도 커지는 모습이다.

이에 정부는 국내 주식시장으로 복귀하는 서학개미들에게 세제 혜택 부여하는 당근책도 내놨다. 환율 급등 상황에서 해외 자금 유출을 줄이고, 국내 자본시장도 활성화한다는 취지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4일 국내 시장 복귀계좌(RIA)를 신설해 세제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보유한 해외주식을 매도한 뒤 원화로 환전해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하면, 해외주식 양도소득세에 대해 한시적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자금 추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투자자들의 선택은 결국 수익률에 달렸다"며 "특히 미국 주식으로 장기투자를 하는 문화가 이미 자리잡혀 있어 이를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점유율 경쟁은 일부 과열된 측면이 있었다"면서도 "환율은 다양한 부분과 연동되는데 개인들의 해외투자를 억제하는 게 본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zm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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