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이끈 개인 소비 절반 상위 10%가 지출
다수는 생활비 상승과 고용 부진에 시달려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 경제가 지난 3분기 4.3% 성장하는 호실적을 보이는데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하는 이유는 성장의 혜택이 상위 10%에만 집중되고 나머지 90%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때문이라고 미 폴리티코(POLITICO)가 2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캐나다 로열은행에 따르면, 미국 소득 상위 10% 가구가 올해 상반기 20조3000억 달러를 소비했으며 이는 나머지 모든 가구가 소비한 22조5000억 달러에 거의 맞먹는 금액이다.
이런 소비 확대는 활황을 보이는 주식시장, 높은 부동산 가격, 부유층의 임금 상승에 의해 뒷받침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자사 최상위 계좌 보유자들의 실수령 임금이 올해 4% 상승했으나 저소득 가구의 소득 증가는 1.4%에 그쳤다고 밝혔다.
부유층의 소비 여력이 트럼프 경제를 계속 돌아가게 만들어 3분기 성장률이 4.3%에 달하게 한 핵심 동력이 됐다.
그러나 높은 성장 수치가 성장의 상당 부분을 부유층이 떠받치고 있다는 현실을 가리고 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다수는 생활비 상승과 둔화되는 고용시장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답한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은 저소득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부채 수준이 팬데믹 이전보다 “상당히” 높아졌다고 밝혔다.
성장과 자산 가격이 치솟는 와중에도 트럼프의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다. 트럼프 측근들 일부가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실제로 경제가 건강함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다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월가의 은행들과 로펌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고, 투자자들은 수백억 달러를 인공지능 스타트업에 쏟아붓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억만장자들이 탄생하고 있다.
한 추산에 따르면 2025년 인수합병 규모가 올해 지난해 대비 49% 증가한 2조3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이로 인한 혜택은 거의 모두 고액 자산가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기업 이익은 2분기 68억 달러 증가 대비 폭발적으로 증가한 3분기 166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고급 호텔, 스위스 시계, 프리미엄 신용카드에 대한 수요가 매우 강하다.
백악관 당국자들은 새로운 기업 공제와 시간제 노동자를 위한 공제 등 트럼프 대통령의 세금 감면 정책이 더 많은 고용과 더 높은 임금으로 이어져 국민들의 분위기도 개선될 것이라고 낙관한다.
그러나 경제가 지금과 같은 궤도를 계속 따라간다면 이런 메시지는 공허하게 들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고용 부진이 지속되면서 지난달 4.6%로 오른 실업률이 더 악화하면 소비 지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소비자 신용 업체들을 대표하는 미국 금융서비스협회는 이달 초, 비우량 대출자들이 스트레스 신호를 보이면서 대출 실적 악화에 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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