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생성물의 투명성과 안전성 확보가 핵심
정부는 지원 방점 둔다지만 업계는 뒤숭숭
전문가 "기업별 맞춤형 기술 지원책 필요"
[서울=뉴시스]강은정 기자 = '인공지능(AI)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 시행이 오는 1월 22일로 다가왔다. 세계 최초 AI 규제 시행 국가가 될 예정인 만큼 국내 스타트업계는 혼란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AI 기본법은 AI 산업 발전을 돕고 신뢰받는 AI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입법됐다. 1년 전 국회 문턱을 넘은 이 법의 핵심은 AI 생성물의 투명성과 안전성 확보 의무를 규정한 것이다.
텍스트, 음성, 이미지, 영상 등을 AI로 생성할 때 'AI에 의해 제작됐다'는 사실을 사전 고지 또는 표시해야 한다. 누적 연산량이 일정 수준 이상인 AI 시스템을 개발·운영할 경우 위험관리체계 등을 구축해야 한다. AI 기본법 위반 시 최대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규정도 도입됐다.
정부는 과태료 계도 기간을 최소 1년 이상 운영하고 규제보다는 지원에 방점을 두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여전히 뒤숭숭한 분위기다. 대기업에 비해 자본, 인력, 인프라가 부족한 스타트업은 AI 기본법을 대비할 여력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AI 기본법과 스타트업' 보고서에 따르면 스타트업 101개사 중 2%만이 "AI 기본법 대응 계획을 수립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초기 단계(시드~프리 A) 및 시리즈 A 단계 기업들은 AI 기본법 내용을 잘 모르는 곳이 과반수였다.
이재성 중앙대 AI학과 교수는 "대기업은 쌓아 온 데이터나 경험도 많고 인재가 확보되는 등 상대적으로 준비가 됐지만 스타트업들은 가장 큰 문제가 데이터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는 점"이라며 "멀티 플레이어로 활약할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라 AI 기본법에서 요구하는 다방면의 내용들을 대비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짚었다.
A씨는 "최근 거래처들에서 소비자들이 AI 생성물 표시를 싫어할 것 같다는 목소리가 나오더라"며 "내년에 정부가 AI에 100조원을 투입한다고 하는데 대기업 위주가 아닌 일선 스타트업도 피부에 와닿을 수 있는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업계는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마련하고 있는 AI기본법 시행령에 명확한 지침이 담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AI 웹툰·콘텐츠 업체를 운영 중인 B씨는 "'챗지피티 같은 AI 검색 엔진으로 조사를 하거나 아이디어를 얻을 때도 AI 표시를 해야하나. 그러면 AI 아닌 작품이 세상에 어디 있겠냐'는 얘기가 회의에서 나왔었다"며 "AI 기본법에 구체적인 비율이 나와있지 않아 AI 활용률이 50% 이상이면 AI 표시를 하자는 공격적인 내부 규율을 정했다. 구체적인 정부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음성 AI 스타트업 관계자 C씨는 "음성 기술을 개발할 때 최대한 사실적으로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런데 앞으로 AI로 음성을 만들면 미세하게 신호를 심어서 AI 워터마킹을 해야되는데, 이러면 잡음처럼 들리게 돼서 걱정이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음성 AI 생성물과 관련한 표시 기준·방법뿐 아니라 저작권을 포함한 법률관계 문제를 분명히 해 달라고 당국에 요청했다.
전문가들은 AI 기본법의 연착륙을 위해선 단계별 지원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AI 기본법상 규제 조항을 스타트업이 소화할 수 있는지가 의미 있는 부분"이라며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기술이 부족한 곳부터 어느 정도 기술력을 가진 기업 등 스타트업마다 수준이 다양한데 여기에 맞춘 단계별 기술 지원 정책이나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unduc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