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원 “행정부, 주방위군 시카고 배치 불허”

기사등록 2025/12/24 07:58:10 최종수정 2025/12/24 08:02:25

“행정부, 군 배치 법집행 권한 근거 제시 못해”

“트럼프 보수 어젠다 지지해 온 대법원에서 이례적 패배”

민주당 소속 주지사·시장 지역 주방위군 배치에도 영향 가능성

[브로드뷰=AP/뉴시스] 지난달 14일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 교외 브로드뷰에 있는 이민세관단속국(ICE) 시설 밖에서 경찰이 시위 중이던 한 남성을 연행하고 있다. 2025.12.24.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국 대법원은 23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 단속을 지원하기 위해 시카고 지역에 주 방위군을 배치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AP 통신은 보도했다.

이는 미국 도시들에 군대를 파견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상당한 타격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대법관들은 행정부가 제기한 것으로 ‘최종심이 나올 때까지 주방위군 파병을 막았던 에이프릴 페리 연방지방법원 판사의 판결을 뒤집어 달라’는 긴급 요청을 기각했다.

항소법원도 주방위군 개입을 거부했으며 대법원 결정이 나오기까지 두 달 이상이 걸렸다.

새뮤얼 알리토, 클래런스 토머스, 닐 고서치 등 세 명의 대법관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냈다.

대법원의 이번 명령은 최종 판결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소속 주지사나 시장이 있는 다른 도시들에 군대를 배치하려는 시도에 이의를 제기하는 다른 소송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법원 다수 의견은 “현재로서는 정부는 군대가 일리노이주에 배치돼 법을 집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권한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드문 대법원 패배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트럼프는 1월 취임 이후 ‘긴급 항소’에서 연이어 승소해 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보수 성향 대법관이 다수인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트랜스젠더 군복무 금지, 의회가 승인한 수십억 달러 연방 예산 환수, 이민자에 대한 강경책, 연방독립 기관 수장 해임 등을 허용했다.

민주당 소속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대법원의 결정을 주와 국가를 위한 승리라고 환영했다.

그는 “미국의 도시, 교외 지역, 그리고 지역 사회는 마스크를 쓴 연방 요원들이 신분증을 요구하고, 외모나 말투로 사람들을 판단하고, 대통령이 언제든 군대를 거리에 배치할 수 있다는 공포 속에서 살아가야 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백악관 대변인 애비게일 잭슨은 대통령이 폭력적인 폭도들로부터 연방 인력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주방위군을 동원했다고 말했다.

알리토와 토마스 대법관은 반대 의견에서 법원이 이민법 집행에 군대가 필요하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을 기각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행정부는 당초 일리노이와 텍사스에서 병력을 배치할 수 있도록 명령을 요청했지만 약 200명의 텍사스주 방위군 병력은 이후 시카고에서 복귀했다.

앞서 페리 판사는 일리노이주에서 반란의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는 실질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으며, 시위가 트럼프의 이민 단속에 방해가 되었다고 믿을 만한 이유도 없다고 판결했다.

페리는 당초 2주간 병력 배치를 금지했지만, 10월 대법원의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해당 명령을 무기한 연장했다.

시카고 서부 교외 브로드뷰의 이민세관집행국(ICE) 시설 인근에서는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연방 요원들이 시위대와 언론인들에게 최루탄과 기타 화학 물질을 사용하기도 했다.

지난달 당국은 브로드뷰 시설 앞에서 시위대 21명을 체포했으며 경찰관 4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주방위군 배치와 관련된 법적 분쟁이 여러 건 진행중이다.

워싱턴 D.C. 법무장관 브라이언 슈왈브는 수도에 배치된 2000명 이상의 주방위군을 중단시키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45개 주가 이 소송에 대해 연방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23개 주는 행정부의 조치를 지지하고 22개 주는 슈왈드 장관을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8월 선포했던 범죄 비상사태는 한 달 만에 종료되었지만, 공화당 주도하는 여러 주에서 파견된 2200명 이상의 병력이 여전히 워싱턴에 남아 있다.

오리건주의 한 연방 판사는 주방위군 파병을 영구적으로 금지해 캘리포니아에서 파견된 200명의 병력 전원이 오리건주에서 복귀하고 있다고 한 관계자가 밝혔다.

테네시주 법원은 멤피스에서 진행 중인 주방위군 배치를 중단시키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민주당 관계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9월 한 판사가 로스앤젤레스 지역에 미군을 배치한 것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당시에는 처음 배치된 수천 명의 병력 중 300명만이 남아 있었고 판사는 이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리지는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캘리포니아와 오리건주 판결에 대해 제9순회항소법원에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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