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최상목, 이상민에 '넌 원래 예스맨' 반대 못한다 말해"

기사등록 2025/12/23 20:09:20 최종수정 2025/12/23 20:14:24

"70년 성취 무너진다" 만류에도 계엄

"회의 같지도 않은 회의에 서명 못해"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이 지난 9월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순직 해병 특별검사팀 사무실에서 피의자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5.09.24.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향해 "넌 원래 예스맨이라 반대를 못한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류경진)는 23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전 장관의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는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조 전 장관 증언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전인 지난해 12월3일 저녁 대통령실 5층 대접견실에 도착해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듣고 '멘붕(멘탈 붕괴)' 내지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는 윤 전 대통령에게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교적 파장과 대한민국이 70여 년간 쌓아온 성취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며 재고를 요청했다고 한다.

조 전 장관은 최 전 부총리가 저녁 9시59분께 대접견실에 도착해 자신의 옆에 앉아 "이게 말이 되냐. 안 된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특검팀은 "최상목이 피고인(이상민)에게 '넌 원래 예스맨이니까 노(No)라고 못했겠지'라고 말하는 것을 봤느냐"고 물었다. 조 전 장관은 "네"라며 "제가 말이 좀 과하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특검팀이 그 말을 들은 이 전 장관의 반응이 어땠는지를 묻자 조 전 장관은 "민망한 표정을 유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체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조 전 장관은 '밤 10시23분께 비상계엄 선포하러 윤석열이 대접견실에서 나가 브리핑룸에서 선포했다. 그때까지 피고인이 윤 전 대통령에게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느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면전에서 대통령께 그런 말씀을 하는 것은 본 적 없었다"고 답했다.

조 전 장관은 당시 국무위원들이 모인 상황을 헌법상 국무회의로 볼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조 전 장관은 "안건 공지나 제안 설명, 토론 기회도 전혀 없었다"며 "대통령은 오로지 10시 방송(대국민 담화) 시간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선포 직후 대통령실 직원이 '참석 확인' 명목으로 서명을 요구하자, 조 전 장관과 최 전 부총리는 "회의 같지도 않은 회의에 무슨 서명이냐"며 강하게 거부하고 현장을 떠났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반대하는 입장에서 어떠한 서명도 할 수 없었으며, 나중에 절차적 하자를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쓰일까 우려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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