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간송미술관, 지역 문화유산 30점 되살렸다

기사등록 2025/12/23 16:44:34

시민·기관 소장 지류문화유산 수리복원 완료

대구간송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보이는 수리복원실’에서 수리복원 전문학예사와 질의응답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기억은 보존될 때, 비로소 현재가 된다.
찢어질 뻔한 종이 위에서, 지역의 기억이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공공문화시설 수리복원 협력 및 지원 사업’과 ‘시민 참여 수리복원 공모 사업’을 통해 지역 기관과 시민이 소장한 지류문화유산 총 22건 30점의 수리복원을 완료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오랜 기간 축적해온 지류문화유산 수리복원 전문성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대구·경북권 수리복원 거점 구축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공공문화시설 수리복원 협력 및 지원 사업’에는 대구시(문화유산과), 대구미술관, 예천박물관 등 지역 3개 문화예술기관이 참여했으며, 2024년 10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총 18건 26점의 자료가 복원됐다.

대구시 소장 ‘아동문학가 윤복진 관련 자료’는 근대기 종이 수급의 어려움 속에서도 유사 종이를 직접 제작해 결손부를 보완했으며, 지난 5월 전시 ‘수리복원, 기억을 잇다’를 통해 시민에게 공개됐다.
대구간송미술관 수리복원 전문 학예사가 서동균 군자화목 (대구미술관 소장)의 수리복원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미술관 소장 서동균의 ‘군자화목’은 낱장 상태였던 8점을 원형인 8폭 병풍으로 복원해 보존성과 전시 활용도를 높였고, 예천박물관 소장 ‘권문해 유서’는 오염 제거와 결손부 복원을 통해 원형을 회복했다.

이와 함께 진행된 ‘2025 시민 참여 수리복원 공모 사업’을 통해서는 개인 소장 자료 4건 4점이 복원됐다. 선정된 자료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기록물 ‘독립혈사’를 비롯해 지역 단체와 개인의 삶의 흔적이 담긴 자료들로, 복원 완료 후 소장가에게 반환됐다.

대구간송미술관 수리복원 전문 학예사가 서동균 권문해유서 (예천박물관 소장)의 수리복원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간송미술관 *재판매 및 DB 금지


시민참여 수리복원 공모사업 〈경북대학보〉 수리복원 전 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사업은 단순한 문화재 복원을 넘어, 수도권에 집중돼 있던 지류문화유산 수리복원 역량을 지역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구간송미술관은 공공기관과 시민이 소장한 자료를 함께 복원하는 방식을 통해 문화유산 보존의 주체를 기관에서 지역사회로 넓혔으며, 이를 통해 ‘대구·경북 수리복원 허브’로서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지역 공공기관 협력과 시민 참여 범위를 확대해 ‘대구·경북 수리복원 허브’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재 미술관 1층에서는 평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보이는 수리복원실’을 운영하며 관람객과의 소통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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