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준 홍익대 교수, 넷플릭스 인사이트 행사 강연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는 곳에 한국적인 공간 노출"
"K-컬처, 반짝 유행이 아닌 글로벌 라이프 스타일"
"한국적 정체성 더 넓게 소비돼야…일상 속 대중화"
[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는 곳에 서있는 사람은 힘을 갖습니다. 현대인의 공간은 온·오프라인 공간이 합쳐져서 완성되는데, K-콘텐츠를 보며 생활하는 사람은 실제로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는거죠.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는 대한민국 풍경이 계속 나오잖아요. 수억명의 시선이 모이는 곳이고 그럼 그 공간이 선망하는 공간이 됩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23일 넷플릭스가 연말을 맞아 서울 성수 앤더슨씨에서 개최한 '넷플릭스 인사이트' 행사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그는 "현대는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플랫폼을 통해 계속해서 해외로 전파되면서 퍼져 나가는 구조"라며 "이런 공간 자체가 힘을 가지게 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제가 성장기 때는 LA, 맨해튼이 가장 힙한 줄 알았는데 지금 시대에는 대한민국 서울처럼 많은 드라마 배경으로 나오는 공간들이 힙하고 선망하는 공간이 된다"고 설명했다.
K-컬처가 반짝 유행이 아닌 글로벌 라이프 스타일이 됐다는 진단이다. 유 교수는 "IT 기술이 발달해서 첨단 제품을 만들 수 있었고, 그걸 통해 만들어진 네트워크로 대한민국 콘텐츠를 역으로 수출할 수 있게 됐다"며 "그게 지금 우리 K-컬처가 힘을 가지게 되는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김태훈 팝칼럼니스트는 "지역에서만 알려졌던 맛집이 있는데 그 앞으로 고속도로가 나기 시작하고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유통 산업망이 새롭게 선을 보이면서 이 맛집을 모르던 많은 지역 사람들이 그 맛을 즐기기 시작한 것과 같다"며 "우리는 강국이라는 걸 잘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 열풍을 의심하기보다는 이제는 강국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숙영 미국 UCLA 연극·공연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뭔가 인기가 있다고 해도 동시다발적인 반응이 없고 시간차가 있었던 반면 (지금은) OTT가 콘텐츠를 공유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동시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 또 그걸 통해 공감하고 유대하는 커뮤니티가 즉각적으로 생긴다"며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저는 굉장히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고 답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류가 앞으로도 지속되기 위해 그는 ▲새로운 세대가 주목하는 한국 ▲한류의 방향성: 일상 속 대중화 ▲다양성 측면에서의 경쟁력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 교수는 "새로운 세대가 주목하는 한국이 도래했는데, 이를 잘 강조하기 위해서는 한국을 내부인이자 외부인으로서 이중적인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이민자, 글로벌 크리에이터들의 참여가 많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며 "케데헌 매기 강 감독이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등장으로 한국적 정체성과 향수가 더 넓게 소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K-콘텐츠, K-프랜차이즈, K-라이프스타일이 일상 속으로 스며들며 생활 문화로 확장된다"며 "단순한 소비가 일상적 경험이 되는 게 지속성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과거 지상파에서는 방송을 못했다가 다양한 OTT 플랫폼이 확산되면서 장르적인 한계가 없어졌다"며 "한국 콘텐츠는 문화적 매력, 장르의 혼종성 등 다양한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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