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 효과 있는 폐암, AI가 찾는다…"약반응 예측"

기사등록 2025/12/23 16:01:03

EGFR 변이 폐암 표적치료제 내성, AI가 분석

AI가 폐암 환자의 종양미세환경 공간 분석

밀도 높으면 면역항암제 반응률 4배 이상↑

면역항암 반응 예측하는 핵심 바이오마커

[서울=뉴시스] 이세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박근호 삼성융합의과학원 박사. (사진= 삼성서울병원 제공)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표적치료제 내성으로 치료 선택지가 줄어드는 폐암 환자에서 인공지능(AI)으로 면역항암제 효과를 볼 환자를 미리 찾아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세훈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방영학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박근호 삼성융합의과학원 박사, 오진우 루닛 소속 연구진은 2015년부터 2022년 사이 표적치료제 내성이 생긴 후 면역항암 치료를 받은 환자 143명을 분석한 결과를 미국면역항암학회 공식 학술지 '암 면역치료 저널'(Journal for ImmunoTherapy of Cancer) 최근호에 게재했다고 23일 밝혔다.
 
비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의 85%를 차지하며 환자 5명 중 4명은 유전자 변이를 동반한다. 이 가운데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는 아시아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보유하고 있다.

표적치료제(EGFR-TKI) 도입 이후 생존율이 크게 개선됐지만, 대부분의 환자가 수개월에서 몇 년 사이에 표적치료제 내성을 겪는다.

EGFR 변이 폐암은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기 어렵고, 종양 주변 환경도 면역 세포 반응이 억제된 상태다. 표적치료제 내성이 생긴 후에는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더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 일부 환자는 면역항암제에 매우 좋은 반응을 보이는 사례가 보고됐다. 이에 어떤 환자가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선별하는 바이오마커 개발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연구팀은 인공지능 기술인 병리 분석 플랫폼 '루닛 스코프 아이오'(Lunit SCOPE IO)를 활용했다. 종양 조직을 암세포 영역과 세포 주변 기질 영역으로 구분하고, 각 영역에서 종양침윤림프구와 혈관내피세포의 밀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표적치료제 내성이 생긴 후에도 암세포 영역 내 종양침윤림프구 밀도가 높은 환자는 면역항암제 반응률이 4.3배 높았고, 암 진행 없이 지낸 기간(무진행생존기간)이 2.7배 길었다.

이러한 경향은 면역항암치료에 화학요법치료를 병합한 치료를 받은 환자군에서도 관찰됐다.

혈관내피세포 밀도가 높은 환자 역시 반응률이 5.2배 높았고, 무진행생존기간은 1.4배 길었다.

표적치료제 내성이 생기면 암세포 내 종양침윤림프구는 감소하고, 혈관내피세포는 증가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면역세포나 혈관내피세포 밀도가 높게 유지된 환자는 면역항암제 치료에 더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암세포 영역 내 면역세포 또는 혈관내피세포 밀도가 표적치료제 내성이 생긴 환자의 면역항암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세훈 교수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표적치료제 내성이라는 한계 속에서도 면역항암제의 문을 정확하게 여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환자들에게 맞춤형 치료를 제시하는 데 이번 연구가 실질적인 근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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