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개통에 안면인증 시범 도입…신분증 진위 확인 후 진행
현장선 '실패' 사례 곳곳 포착…PASS 업데이트 등으로 개통 시간 늘어
타인 명의 개통 차단 취지 분명하지만 기술 안정화는 과제
[서울=뉴시스] 심지혜 박은비 기자 = 통신사 매장 안에서 스마트폰을 얼굴 앞에 들었다. 직원과 마주 선 채 화면을 바라보는 상황이 개통 절차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할 만큼 낯설었다. 안내에 따라 정면을 응시하고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동안 주변 시선이 의식됐고, 괜히 자세를 다시 고쳐 잡게 됐다.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절차라지만, 체험의 첫 인상은 다소 부끄럽고 어색했다.
23일부터 휴대전화 개통 절차에 안면인증이 시범 도입되면서, 대리점 현장에서도 기존과 다른 개통 풍경이 펼쳐졌다.
안면인증은 이날부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의 대면 채널을 중심으로 우선 적용됐다. 당초 정부는 일부 알뜰폰사 43곳의 비대면 채널 64개도 시범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알뜰폰에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정식 도입은 2026년 3월 23일부터다.
◆ 신분증스캐너 확인 후 안면인증까지…이중 보안 체계 구축
기자가 서울 시내 한 통신사 매장을 방문해 휴대전화 개통 절차를 직접 밟아보니, 안면인증은 기존 개통 절차에 새로운 단계로 추가돼 있었다.
먼저 기존의 ‘신분증 스캐너’를 통해 신분증 진위를 확인한 다음 매장 직원이 계약서 작성을 위해 사용하는 태블릿 PC 화면에 본인 확인을 위한 전용 QR코드가 생성되고, 이용자가 본인의 스마트폰 카메라로 해당 QR코드를 촬영해 신원 확인 페이지에 접속해야 한다.
안면인증은 이후 이통3사의 본인확인 앱 패스(PASS) 기반 인증 단계에서 진행된다. 화면에는 이용자의 얼굴이 들어갈 수 있는 원형 가이드라인이 표시된다.
얼굴인증은 정면뿐 아니라 좌우 얼굴을 차례로 보여줘야 한다. 사진이 평면임에도 얼굴을 입체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이유는, 사진이나 영상 화면을 이용한 인증 시도나 마스크 착용 등 위·변조 가능성을 걸러내기 위해서다. 실제 사람의 얼굴인지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단순 이미지나 가짜 얼굴을 이용한 개통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 인증 실패 반복에 난감…절차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현장에서 본 안면인증 과정이 모두에게 매끄럽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었다. 기자보다 앞서 개통을 진행하던 이용자는 안면인증에 실패했다. 안내에 따라 정면과 좌우 얼굴을 다시 보여주며 몇 차례 재시도를 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인증을 반복할수록 상황은 상당히 난감해졌다. 매장 안에서 같은 동작을 여러 번 되풀이해야 했고, 직원과 주변의 시선이 겹치면서 이용자 역시 점점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본인 확인 절차에 활용된 얼굴 촬영 데이터와 신분증 정보는 확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즉시 시스템에서 영구적으로 폐기되며 별도의 서버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지 않아 개인정보의 휘발성을 보장한다는 것이 정부와 업계의 설명이다.
기자 역시 같은 방식으로 안면인증을 진행했다. 다행히 인증은 완료됐지만 낯선 사람 앞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마치 셀카를 찍는 듯한 모습을 해야 했기 때문에 과정 자체가 적잖이 민망하게 느껴졌다. 실패하지는 않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절차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부담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절차가 추가되면서 개통 과정이 이전보다 복잡하거나 번거롭게 느껴지는 면도 있었다. 안면인증은 PASS 기반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용자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PASS 앱이 최신 버전이 아닐 경우 업데이트를 먼저 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화면 전환이 늘어나고, 인증 단계로 넘어가기까지 시간이 더 소요됐다.
현장에서는 직원이 PASS 업데이트 방법과 인증 절차를 하나씩 설명해야 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기존 개통 과정에서는 필요하지 않았던 안내가 추가되면서, 자연스럽게 개통에 걸리는 시간도 길어졌다.
현장에서 만난 대리점 관계자는 “절차 자체가 늘어난 데다 이용자마다 스마트폰 환경이 달라 설명에 시간이 더 든다”며 “초기에는 이전보다 개통 시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생체 정보 저장 우려에 ‘즉시 폐기‘…정식 도입까지 과제 산적
이처럼 다소 불편함이 있지만 안면인증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에 악용되는 이른바 ‘대포폰’ 개통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타인의 신분증을 이용하거나 명의를 빌려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수법을 막기 위해, 기존 신분증 확인 절차에 실제 본인 여부를 한 번 더 확인하는 과정을 추가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소비자들은 자신의 얼굴 정보가 어딘가에 저장된 데이터베이스와 대조되는 방식 아니냐는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매장에서 얼굴 정보를 저장하는 것 아니냐, 유출될 경우 문제가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안면인증 기술이 이용자가 제시한 신분증에 포함된 얼굴 사진과, 신분증 소지자의 실제 얼굴을 실시간으로 대조하는 방식이라고 공식 설명했다.
신분증의 얼굴 사진과 신분증 소지자가 동일인으로 확인되면 인증 결과값(Y, N)만 저장·관리하며, 인증 과정에 사용된 얼굴 이미지나 생체정보는 별도로 보관하거나 저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구조로 인해 인증 정확도는 신분증 사진 상태와 촬영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신분증 사진이 오래돼 현재 얼굴과 차이가 크거나, 매장 조명·카메라 각도 등 외부 변수에 따라 실시간 얼굴이 가이드라인에 정확히 들어오지 않을 경우, 정밀 대조 과정에서 인식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알뜰폰 종합 정보 플랫폼 ‘알뜰폰 허브’에서 요금제 가입 절차를 진행해본 결과, 약관 동의 이후 본인 인증은 신용카드 인증이나 간편 본인 인증에 그쳤다. 부정가입방지를 위해서는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 확인 절차만 존재했다.
고명수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은 "안면인증 도입을 3개월 유예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며 "지금 이를 도입한 (알뜰폰) 사업자는 없지만 충분히 준비해서 본인 확인 기술로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협회가 같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포폰 차단이라는 정책적 목표는 뚜렷하지만 기술적 안정화가 완전히 이뤄지기 전까지는 이용자 편의성과 보안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를 비롯해 이통사, 알뜰폰은 시범 운영 기간 발생하는 각종 인식 오류 데이터를 수집하고 안면인증 알고리즘을 최적화해 본인 확인의 정확도와 이용자 편의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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