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공간 디자인 유사성 제기…민·형사 절차 진행
[서울=뉴시스]동효정 기자 =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가 제품 디자인을 모방한 국내 아이웨어 브랜드 블루엘리펀트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진행 중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최근 젠틀몬스터의 디자인과 브랜드 정체성을 모방한 행위로 인해 소비자 오인과 혼동이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해 법적 절차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젠틀몬스터 측이 문제를 제기한 블루엘리펀트는 국내 아이웨어 브랜드로 선글라스 일부 제품과 매장 콘셉트가 젠틀몬스터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온라인상에서는 두 브랜드가 '같은 공장에서 생산된다'거나 '자매 브랜드'라는 정보가 확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젠틀몬스터는 해당 브랜드와 어떠한 사업적·제조적 연관 관계가 없다"며 "실제 협력사들을 통해서도 동일 공장 생산이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내부 조사 및 전문 분석을 통해 블루엘리펀트가 판매한 제품 가운데 최소 30여 개 이상의 제품에서 젠틀몬스터 제품과 높은 수준의 유사성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기관에 의뢰해 진행한 3D 스캐닝 분석 결과, 2021년 8월 출시한 젠틀몬스터의 'JEFF' 모델과 2023년 3월 출시한 블루엘리펀트의 특정 제품은 99.9%의 유사도를 보였으며, 이 외에도 99% 이상 또는 95% 이상의 유사도를 보이는 제품들이 30건 이상 확인됐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올해 1월 9일 출시 모델까지 모방 정황이 확인됐고, 3D 스캐닝 분석에서 해당 제품의 유사도가 99.91%에 달했다는 주장이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3D 스캐닝 분석이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미세한 형상 차이를 정밀하게 비교할 수 있어, 디자인 모방 여부를 판단하는 데 통상적으로 활용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해당 분석 자료를 향후 법적 분쟁의 주요 증거로 제출할 계획이다.
이고은 법무법인 온강 대표변호사는 "3D 스캐닝은 데드카피를 쟁점으로 다투는 경우 많이 사용되는 증거"라며 "법원에서도 중요한 증거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품 뿐 아니라 부자재 및 공간 디자인 등 브랜드 전략 측면에서도 유사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2021년 오픈한 젠틀몬스터 상해 매장과 2024년 오픈한 블루엘리펀트의 명동 매장의 경우 돌과 거울을 활용한 조형물 형태와 배치 등 공간 연출 방식이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또 2021년 젠틀몬스터가 공개한 파우치 디자인과 동일한 디자인이 약 2년 뒤 블루엘리펀트 대표 명의로 출원·등록된 사실도 확인돼, 아이아이컴바인드는 해당 디자인에 대해 특허심판원에 무효 심판을 제기한 상태다.
법적 절차도 본격화되고 있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지난해 12월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에 블루엘리펀트를 형사 고소했으며, 아이웨어 제품 33개와 파우치 1개를 피해품으로 특정했다.
이후 추징보전 명령이 올해 8월과 9월 두 차례 내려지며 총 78억원 규모의 추징 보전이 이뤄졌다. 현재 특별사법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고은 변호사는 이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 명령은 수사기관이 해당 행위를 단순한 분쟁이 아니라 범죄 혐의로 상당 부분 소명됐다고 판단했을 때 청구하는 조치"라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사건이라고 해서 모든 사건에 대해 일괄적으로 청구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추가 모방 제품 발견되면 액수가 높아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민사 소송도 병행 중이다.
회사는 부정경쟁방지법상 금지 청구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 손해배상 청구액은 50억원이지만 수사 결과에 따라 청구 취지를 확대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아이아이컴바인드 측은 브랜드 가치 훼손과 소비자 신뢰 저하를 막기 위해 법적 대응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이아이컴바인드 관계자는 "과거에는 일부 디자인을 1~2개 정도 차용했다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사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처럼 다수의 제품을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모방한 사례는 처음"며 "단순한 분쟁을 넘어 브랜드 가치와 소비자 신뢰를 지키기 위한 차원에서 법적 대응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젠틀몬스터는 지난 14년간 수많은 창작자와 임직원들의 노력, 그리고 소비자들의 신뢰 속에서 성장해 왔다"며 "국내 디자인과 지식재산권이 정당하게 보호되고, 시장 질서가 훼손되지 않도록 강경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블루엘리펀트 측에 디자인 표절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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