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가처분에 열람제한 신청
"영업비밀 노출 방지하려는 절차"
美 정부 참여하는 만큼 보안 필요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사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둘러싼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론이 이르면 이번 주 나올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재판 과정에서 미국 정부와 연계된 투자 협상 내용이 외부로 노출될 수 있다며 기록 열람 제한을 요청한 상태다.
이번 판결은 해당 유상증자가 경영권 분쟁인지 아니면 미국 공급망 재편에 따른 전략적 투자 인지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17일과 전날 법원에 재판 기록의 열람 등 제한을 신청했다. 재판 기록 열람에 관한 두 사건은 가처분과 같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가 심리한다.
열람 제한 신청은 영업비밀을 상대방 혹은 이해관계자에게 노출되지 않게 하려고 신청하는 절차다. 지난해 영풍·MBK파트너스가 낸 회계장부 열람에 대한 가처분에서도 고려아연은 보안 사항에 대한 열람을 제한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은 고려아연의 지분을 확보하는 크루시블 합작법인(JV)에 미국 전쟁부가 참여해 보안 리스크가 크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 정부와의 협상 내용은 극비에 부친다는 것이 재계의 설명이다.
미국도 이번 11조원 규모의 투자를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로 명명하고, 공동 투자에 나설 정도로 적극적이다. 중국의 전략 광물 수출 통제로 공급망 재편이 안보 이슈로 대두된 것의 영향이다.
고려아연은 미 정부의 요청으로 이번 투자 계획을 추진하게 됐고, 유상증자도 미국의 투자 방식의 일환일 뿐 경영권 분쟁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가처분에 이어 정식 소송으로 이어질 상황을 대비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가처분 단계에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면서도, 정식 소송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보안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반면, 영풍·MBK파트너스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윤범 회장이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이 같은 투자를 기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년 주총에선 이사 6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집중투표제 속에서 각 회사에서 유리한 인물을 선임하기 위한 표 대결이 불가피하다. 최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의 지분율은 각각 32%와 43%로 11%포인트(p) 차이가 난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 의지와 맞물려 있는 만큼 가처분 결과의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라며 "두 회사가 수많은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보안 리스크도 관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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