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 지연에 수사 난항, 책임자 처벌 언제쯤[여객기참사 1년㊦]

기사등록 2025/12/24 09:02:00

경찰, 국토부·공항공사 관계자 등 총 44명 수사 선상

피해 키운 '콘크리트 둔덕' 시공·인허가 수사력 집중

정부 원인 조사 지지부진…수사 대상 확정도 어려워

사조위 자료 확보 "엄정 수사"…처벌까진 더 걸릴 듯

[무안=뉴시스] 김선웅 기자 = 2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운영부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 관계자가 박스를 들고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 2025.01.02. photo@newsis.com

[무안=뉴시스]박기웅 기자 = 경찰이 1년째 179명이 숨진 대형 참사에 이르게 된 경위와 책임을 수사하고 있지만, 공식 조사가 공전하고 있는 탓에 진척이 더디다.

결국 명확한 원인 규명 결과가 나와야, 참사 책임자 처벌 대상을 최종 가려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남경찰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사본부는 참사와 관련해 직·간접적인 책임 소재를 가려내야 할 44명을 형사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24일 밝혔다.

수사본부는 관제·조류충돌 예방 업무 등을 담당한 공항공사 직원과 방위각 시설 공사 업체 관계자 등 15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1차 형사 입건했다.

이어 무안공항 건립·개항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 안전 검사·인허가 업무 등을 담당한 국토교통부 전·현직 직원 13명을 피의자로 추가 입건했다.

현재까지 입건자 중 상당수는 방위각 시설 콘크리트 둔덕 설치·허가·시공 등에 관여한 공사업체, 국토부, 공항공사 관계자들이다.

특히 수사본부는 활주로 끝단에서 251m 떨어진 곳에 있는 높이 2m의 방위각 시설 콘크리트 둔덕이 동체 착륙 이후 인명 피해로 이어지며 참사 피해를 키운 주된 요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콘크리트 둔덕이 사고 피해에 미친 영향을 따져보고자 ▲콘크리트 둔덕 구조물 실측값 ▲기내 탑승 인원과 화물 중량 ▲동체 착륙 이후 기체 속도 등을 수치화해 사고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고 있다.

이 밖에도 유족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고소한 국토부 전 장관, 제주항공 대표 등 22명에 대해서도 피고소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무안=뉴시스] 이현행 기자 = 제주항공 무안공항 참사 1주기를 앞둔 지난 15일 오전 전남 무안군 전남경찰청 앞에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경찰에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2025.12.15. lhh@newsis.com

그러나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조사 활동이 공정성·독립성 논란에 휘말리며 파행 끝에 '올스톱'되며 수사도 난관에 봉착했다.

복잡다단한 항공 사고 특성 상, 원인과 경위가 공식 규명돼야 수사 대상·범위를 확정할 수 있어서다.

공식 원인 조사가 늦어지면서 명확한 형사 책임 규명과 수사 대상 확정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사본부는 형사 입건자 중 단 1명도 검찰에 송치하지 못했다.

사조위가 현행 법령을 근거로 기존 자료 제공에 난색을 표하자, 최근 수사본부는 사조위 사무실 2곳을 압수수색해 내부 분석·조사 자료를 확보했다.

수사본부는 현재까지 총 4차례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통해 사고 당일 공항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 시설 공사 관련 서류, 전자파일 등 3084점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참고인·피의자 70여명을 상대로 107회 조사를 벌여 공항 운영·관제, 항행, 시설물 등 분야별 책임 주체를 따져보고 있다.

수사본부는 현 수사 기록에 더해 추가 확보한 사조위 내부 분석·조사 자료를 두루 검토한 뒤 과실 유무에 따른 형사 처벌 대상을 가려낼 계획이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감정 결과를 살펴보고 보강 자료도 확보한다. 필요하다면 참고인·피의자 추가로 조사한다.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수사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에서도 혐의 입증이 흔들리지 않는 철저한 수사 결론을 내려면 결국은 공식 조사 결과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유족들의 요구대로, 사조위를 기존 국토부에서 국무총리 산하로 이관하는 법률 개정을 앞두고는 있지만 새 조사 기구 출범·조사 재개 시점은 아직 불확실하다. 

출범하더라도 조사 공정성·독립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유족들이 납득할 만한 조사 결과가 나오려면 상당 기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유진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기존 사조위는 국제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독단적으로 공청회를 추진하는 등 유족들의 불신만 키웠다. 경찰 역시 송치 없이 입건만 반복하는 등 모든 상황이 그대로다. 수사 범위와 방식이 충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철저한 재조사와 엄정 수사를 거듭 촉구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22일 오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협의회와 제주항공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 추진위원회가 주최하는 '12·29 여객기 참사 문제 해결을 위한 재난피해자 원탁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5.12.22. leeyj257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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