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美 관세, 금속제품·석유화학 대응 여력 약화 유의"

기사등록 2025/12/23 11:00:00 최종수정 2025/12/23 11:32:24

12월 금융안정보고서 보고서

[여수=뉴시스]  단일규모 세계 최대 수준의 석유화학단지 '여수국가산단'. 2024.10.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미국 관세 부과에 따라 기업들의 재무건전성 저하가 가시화될 경우 금융기관의 자산 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금속제품, 석유화학 등 일부 업종은 대응여력이 약화되고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23일 펴낸 '2025년 12월 금융안정보고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정책은 대미 수출경쟁력 약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무역 위축 등 경로를 통해 국내 수출기업의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시장에서 국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켜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특히 최종 소비재 수출기업의 경우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관세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교역 위축에 따른 국내 수출 파급도 문제다.

한은이 최근 수출 동향을 바탕으로 수출업종별로 기업 실적 변동을 추정하고 이를 활용해 2025년말 이자보상배율을 시산한 결과 자동차, 기계장비, 금속제품 및 석유화학 등의 업종에서 2024년말 대비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자보상배율은 회사가 이자를 갚을 능력을 보는 지표다.

상대적으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와 기계장비의 경우 대미수출 감소가 작용할 것으로 봤다. 금속제품과 석유화학의 경우 글로벌 공급과잉 등 구조적 이슈에 따른 수출 부진 등이 이자보상배율 하락의 주요인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관세 충격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올해 2분기 말 시점에 수출기업들의 유동성 대응능력이나 차입구조의 안정성이 이미 저하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관세 부과에 기업들의 재무 건전성 저하가 가시화될 경우 금융기관 자산건전성에 부정적 영향도 우려됐다.

다만 금융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됐다. 금융권 기업대출 중 주요 수출업종에 대한 비중은 올해 3분기말 현재 16.9%, 이자지급능력 하락이 예상되는 4개 업종은 12.5% 수준으로 평가됐다.

특히 회사채 시장의 경우 금융여건 완화로 신용스프레드가 낮은 수준을 지속하는 등 자금조달 여건이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됐다. 다만, 일부 수출업종의 신용위험 확대가 부각될 경우에는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위축되고 차환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금속제품, 석유화학 등 일부 업종은 구조적 이슈 등으로 대응여력이 이미 약화되고 있어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됐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은 신용위험 관리에 유의하며 안정적으로 신용공급에 나서고 정부는 정책자금 지원 등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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