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부패한 이너서클" 직격 이후 금융당국 첫 현장검사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CEO(최고경영자)의 연임 관행에 대해 "부패한 이너서클"이라는 직격탄을 날리면서 금융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금융감독원이 BNK금융지주에 대한 검사에 나서는 가운데, 한창 연임 절차를 진행 중인 다른 금융사들까지 검사 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23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논란이 일었던 BNK금융에 대한 검사를 시작으로 복수의 금융지주·은행에 대한 검사에 착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BNK금융의 경우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두고 공정성 논란이 지속 제기됐지만, 이사회는 지난 8일 빈대인 현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최종 선정한 바 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를 통해 회장 선임 절차상 문제가 없는지, 이사회가 제대로 운영됐는지 여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앞서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1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현장에서 거론되는 금융지주사들과 관련해 개별 산하 금융기관들에 대한 검사 착수를 준비하고 있다"며 "내년 1월 중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가만히 놔두니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소수가 돌아가면서 계속 지배권을 행사한다"며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를 정면으로 비판한 데에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행장을 뽑는데 선발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등 투서가 엄청 쏟아지고 있다"며 "돌아가면서 행장했다고 회장 했다가 10년, 20년 해먹고 그러는데 대책이 있느냐, 그냥 방치할 일이 아니다"라고 거듭 비판했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금융지주 CEO들의 연임은 관행처럼 여겨졌다. 지난 2000년 금융지주회사법 제정 이후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 4연임(10년),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 4연임(9년),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 3연임(9년) 등 대부분의 금융지주 수장들이 오랜 기간 자리를 지켰다.
이사회가 막강한 권한을 지닌 금융지주 CEO의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이다보니, 자연스럽게 CEO 연임이나 후계 구도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사외이사의 임기는 최장 6년(KB금융 5년)으로, 장기간 동일한 체제가 유지되면서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금융당국의 현장 검사가 향후 금융지주 선임 절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신신한·우리 등 주요 금융지주에서 아직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이달 초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진옥동 현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추천한 바 있다. 우리금융도 긴장하고 있다. 임종룡 현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는 가운데, 아직 후보 추천 절차는 마무리되지 못했다. 회장 선임은 내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내년 11월 양종희 현 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KB금융에서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지배구조 개선 TF'를 출범시켜 CEO 자격 기준과 이사회 구조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내년 1월까지 입법 개선 과제를 도출해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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