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무차별 칼부림 알고보니…2014년 ‘은둔형 외톨이 범죄’ 모방

기사등록 2025/12/22 16:52:50 최종수정 2025/12/22 18:41:26

범인 장원, 가족·친구들과 소통없는 ‘투명 인간’

사전 계획과 실행 90% 일치한 준비된 범죄

대만, 모방 범죄 가능성에 촉각

[타이베이=AP/뉴시스] 대만 경찰이 19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발생한 흉기 공격 현장을 통제하고 있다. 2025.12.22.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대만 타이베이 경찰은 19일 타이베이 중앙역에서 칼로 무차별 살인을 저지른 장원(張文·27)은 2014년 지하철 연쇄살인의 모방 범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시 장씨는 연막탄을 터뜨린 뒤 군중을 상대로 무차별 공격을 가해 최소 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22일 자유시보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장원 사건이 2014년 타이베이 지하철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 정제와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 경찰 “2014년 무차별 총격 사건 모방, 대중 관심 끌기” 

경찰은 두 사람 모두 은둔형 외톨이로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며 “장원은 정제를 동경하는 자”라고 보고 있으며 범행 동기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었다고 보고 있다.

타이베이 경찰은 장원이 불태운 노트북을 복원해 클라우드에 저장된 콘텐츠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자유시보는 전했다.

노트북에는 장원이 ‘타이베이 지하철 정제 연루 살인 사건’ 관련된 정보를 광범위하게 검색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4년 5월 21일 타이베이 지하철 반난선 룽산사역과 장쯔추이역 사이 열차에서 발생한 무차별 총격 사건에서는 4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는 재판 후 사형을 선고받았고 2016년 5월 10일에 사형이 집행됐다. 이는 대만 지하철 역사상 최초의 무차별 살인 사건이었다.

정제는 범행 이전 자서전 등에서 기차역에서 살인을 저지르겠다고 맹세하거나 타이베이 거리와 지하철 승강장에서 대규모 학살을 모의한 여러 편의 글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룽산사역과 장쯔추이역 사이를 범행 장소로 선택한 이유는 두 역 사이의 이동 시간이 3분 46초로 비교적 길고 밀폐된 열차 칸 안에서 무차별 학살을 자행하기에 이상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제는 국방대에서 퇴학당했고 가족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으며 과묵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그는 비디오 게임에 심취해 있었고 중학교 동창 몇 명을 제외하고는 외부인과의 교류가 거의 없는 외톨이로 생활비는 부모님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다.

◆ 장원, 가족·친구들과 소통없는 ‘투명 인간’

이번 칼부림 사건 범인 장원은 음주운전으로 해고당했고 이로 인해 불만이 더욱 커졌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장원은 2년 전 타오위안시 양메이에 있는 집을 거의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떠났으며 아버지와도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사회적 관계망 또한 고등학교 시절 만든 페이스북 계정 외에는 몇몇 동창생들과만 연락을 주고받을 뿐 아무와도 관계를 맺지 않았다.

창원은 군 복무를 마친 후 생계를 위해 경비원으로 일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 적응에 실패해 해고당했다.

대만중앙통신에 따르면 장원은 지난해 11월 예비군 훈련에 불참해 병역법 위반 혐의로 수배 중이었다. 그는 주민등록 주소 변경을 신고하지 않아 예비군 소집 통지서가 전달되지 않았다.

장원은 연이은 문제들로 인해 사회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결국 가족과 친구들과의 연락을 완전히 끊고 ‘투명인간’처럼 살아가게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장원, 사전 계획과 실행 90% 일치한 준비된 범죄

경찰은 장원의 온라인 활동 기록을 추가로 분석한 결과 10월 초부터 방화를 계획하기 시작했으며 독학으로 화염병 제조법을 익혀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바이벌 게임을 즐겨 했던 그는 연막탄을 이용해 공황 상태를 조성하고 범행과 도주를 용이하게 할 수 있었다.

긴 손잡이 칼은 무차별 공격 및 살인을 목적으로 소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장원은 범행을 저지르기 전 자신의 노트북을 불태웠다.

경찰 분석결과 범행 장소 선택은 타이베이 중앙역과 중산역 인근의 혼잡한 상황에서 도주를 용이하게 하려고 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그의 ‘범행 계획’을 분석한 결과 90% 이상이 실제 행동 시간 및 순서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다만 범행 후 인근 서점 건물 옥상까지 경찰의 추격을 받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고  탈출에 실패하자 6층 건물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고 있다.

◆ 지난해 4월 전술 장갑 등 구매하며 치밀 준비

경찰은 장원이 머물렀던 호텔에 남겨둔 태블릿 두 대를 분석해 클라우드 저장소 내용과 인터넷 검색 기록을 확보하고 온라인 쇼핑까지 찾아냈다.

기록에 대한 검토결과 범행은 최소 1년 반 동안 준비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용의자가 올해 1월 ‘루텐’에서 중국산 연막탄 24개들이 한 상자를 4만 8000대만달러에 구매한 것을 찾아냈다.

장원은 연막탄 구매 당시 판매자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내 서바이벌 게임에 사용할 대량 구매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장원이 지난해 4월에는 쇼피(Shopee)를 통해 전술 장갑, 방독면, 보호막, 공업용 알코올 등을 구매한 것도 확인했다.

다만 장원이 범행에 사용한 칼은 어디서 구했는지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올해 11월에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휘발유통, 가스통, 토치 라이터, 메탄올, 심지어 칼갈이까지 구매했다.

경찰 조사 결과 장원은 이번 범행에서 두 차례에 걸친 공격 과정에서 구입한 연막탄을 모두 사용했다.

첫 번째 공격에서는 타이베이 지하철 연결 통로에 연막탄 17개를 던졌고 불에 탄 그의 여행 가방에서도 4개가 추가로 발견됐다.

이후 에슬라이트 서점 난시점에 갔을 때는 서점 외부에 연막탄 2개를 던졌고, 나머지 1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불발탄이었다.

경찰은 장원이 단독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잠정 확인했지만 공범 여부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19일 대만 타이베이 지하철에서 무차별 칼부림 살인 사건이 발생한 뒤 경찰이 객차에 배치돼 있다.(출처: 자유시보) 2025.12.22. *재판매 및 DB 금지

◆ 대만, 모방 범죄 가능성에 촉각

타이베이 지하철 무차별 공격 이후 온라인에는 협박성 게시물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21일 오후 10시께에도 “22일 낮 1시 30분에 지하철에서 폭탄이 터질 것”이라는 내용이 올라왔다.

철도경찰국은 지하철과 공용으로 사용하는 역들을 중심으로 합동 방어, 순찰, 보안 경계를 강화했다.

타이중 지하철 경찰도 지속적인 역 및 승강장, 열차내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경찰은 열차, 역 화장실, 쓰레기통, 예술 작품 등 공용 공간에서 금속 탐지기를 사용해 의심스러운 물품을 검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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