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시스, 알짜 사업 분리해 오너 개인 회사로?…쟁점은

기사등록 2025/12/22 10:30:18

반도체 사업 부문 분리 후 유상증자…지배력 약화

"사업 분리 불가피한 선택…유증 투명성 문제 없어"

[서울=뉴시스] 김경택 기자 = 최근 철도 납품 지연 이슈로 이재명 대통령의 질타를 맞았던 코스닥 상장사 다원시스에 대해 밸류업 역행 논란까지 일고 있다. 알짜 자회사를 분리해 설립한 뒤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오너 개인회사로 지배력을 넘겨줬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터널링(기업가치 유출)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지만 회사 측은 주주가치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전원장치 사업 자회사 다원파워트론…지분율 100%→46.73%로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원시스는 지난 2분기 말 반도체 전원장치 사업부를 담당하는 100% 자회사 다원파워트론을 설립했다. 다원시스의 반도체 전원장치 사업부는 다원시스가 철도사업에 진출하기 이전부터 영위해온 핵심 성장축으로 꼽혀온 분야다.
 
그러나 다원파워트론은 분리 후 돌연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지난 3분기 기준 다원시스의 지분율이 기존 100%에서 46.73%로 하락했다. 이를 두고 터널링 의혹이 불거졌다. 회사 미래 사업의 핵심 축을 사실상 외부에 이전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단 기간 내 설립한 100% 자회사가 관계기업으로 전락하게 된 점 역시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제는 다원파워트론의 유상증자를 통해 새로 주주로 들어온 곳 중 한 곳이 다원유니버스라는 점이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다원유니버스는 박선순 다원시스 대표와 그의 아들인 박병주씨가 주요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당초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다원시스의 지배력이 박 대표 등 오너일가에게 넘어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주주들 사이에서 나왔다.

다원시스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대부분의 주주들은 다원시스의 철도를 보고 투자한 것이 아니라 반도체를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면서 "이에 주주배정 유상증자도 참여하면서 자금도 대고 결실을 맺기 위해 수년 동안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런 과실을 대주주일가 및 특수관계인들이 독차지하고자 별도 법인인 다원파워트론을 설립해 터널링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사업 분리는 불가피한 선택…실질 영향력 그대로 유지"
다원시스의 이 같은 행보는 대주주 일가가 개인회사를 통해 핵심 자회사의 지분을 확보하는 구조로, 모회사인 다원시스 소액주주의 지분 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 이를 두고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회사보다는 특정 관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는지 의혹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회사는 다원파워트론에 대한 지분은 줄었지만 책임과 역할은 줄어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다원시스는 여전히 다원파워트론의 최대주주로서 전략적 방향 설정 등 핵심 의사결정을 포함한 실질적 영향력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또 반도체 사업 부문 분할 또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기준 다원시스 반도체 사업 부문의 매출원가율은 매출액 대비 100%를 초과하는 상태로, 추가적인 투자와 매출 규모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매출원가 비중을 정상적인 수준으로 낮추기 어려운 상태였다. 이는 반도체 사업 부문이 초기 단계에 있어 매출 규모가 아직 충분히 확대되지 않은 반면, 반도체 생산에 소요되는 원재료비와 연구개발비 비중이 과도하게 높았기 때문이다.

다원시스 관계자는 "이에 다원시스의 반도체 사업 부문의 위험이 다른 사업 부문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고, 반도체 사업 부문이 외부 자금 조달을 받아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다원파워트론을 설립하고 반도체 사업 부문을 양도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원파워트론 유상증자 투자자 유치 과정 투명성 문제 없어"
일각에서는 승계를 염두에 두고 이 같은 지배구조 변화를 설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원시스가 철도 사업 부문 부진으로 실적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반도체 전원장치 사업 등 핵심 성장 사업을 자회사로 분리하고 그 지분 상당 부분을 오너 일가가 소유한 법인으로 넘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원시스 측은 투자자 유치 과정에 문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다원시스는 최근 몇년 간 자회사인 상장을 목표로 다원메닥스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지속했고, 그 과정에서 이미 여러 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해 단기간 내 다원파워트론에 재정적 지원을 할 여력이 부족했다"며 "이에 다원파워트론은 스스로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하고 성장 전략을 이행하기 위해 제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추진했고 사업의 지속성 확보과 성장 전략 이행이라는 명확한 목적 아래 진행됐다"고 말했다.

다만 다원파워트론은 신규 투자자로 HB인베스트먼트 외 추가적인 외부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에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특수관계법인인 다원유니버스가 투자자로 참여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 모든 과정은 특정 회사나 개인에게 이익을 제공하기 위한 결정이 아니라, 그룹 전체의 재무 건전성과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해 주주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조치였다"며 "이 과정에서 어느 누구도 부당한 이익을 얻거나 이해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절차는 관련 법령 및 정관을 준수해 투명하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상증자로 인해 다원시스의 다원파워트론 지배력이 약화되며 주주 가치가 훼손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이번 조치로 다원파워트론의 재무 안정성은 강화돼 장기적으로는 모회사인 다원시스의 기업가치를 더욱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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