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용작물 육종 활용' 반수체 식물→배가반수체
품종 개발 기간, 10~15년→5~8년 단축 기대
반수체는 정상적인 체세포가 가지는 염색체 수(2n)의 절반(n)만을 가진 식물체 또는 세포를 뜻한다. 생육이 나쁘고 불임이 많다는 특징이 있다.
배가 반수체는 반수체의 염색체 수(n)가 인위적 또는 자연적으로 두 배(2n)로 늘어 정상적인 체세포 염색체 수를 갖게 된 식물체를 말한다. 완전한 동형접합(순계) 상태인 것이다.
약용작물은 대부분 다른 개체의 꽃가루를 받아 수정하는 타가 수정 작물로, 유전적 다양성이 매우 크다. 이 때문에 원하는 형질이 안정적으로 고정된 순계를 확보하는 데만 5~8년이 걸리는 등 품종 개발 속도가 더딘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반수체 식물을 육종에 활용하지만, 반수체는 정상 체세포 염색체 수의 절반만을 가져 생육이 약하고 불임이 많은 문제가 있었다.
농진청은 도라지 꽃가루 세포(소포자)에서 반수체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염색체 수를 두 배로 늘려 정상 생육이 가능한 배가 반수체를 만드는 기술을 확립했다.
배가 반수체는 생육이 정상적이고, 후대에 형질이 변하지 않는 완전한 순계 상태여서 품종 개발에 바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도라지 꺾꽂이 묘를 대상으로 염색체 배가에 사용하는 약제인 오리잘린의 농도와 처리 기간을 과학적으로 검증한 결과, 50ppm 농도로 3일간 처리했을 때 가장 높은 배가 효율을 얻을 수 있다는 최적 조건을 도출했다.
이번 기술을 활용하면 한 세대(2~3년) 만에 형질이 완전히 고정된 계통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 10~15년이 소요되던 약용작물 품종 개발 기간을 5~8년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농진청은 기대하고 있다.
농진청은 도라지에서 확립한 반수체·배가 반수체 유도 기술을 바탕으로 더덕, 작약 등 다양한 약용작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지난달 국제학술지 '호티컬처럴 사이언스 앤드 테크놀로지'(Horticultural Science and Technolog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마경호 농친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특용작물육종과장은 "약용작물의 품종 개발은 고정된 계통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핵심"이라며 "도라지에서 확립한 반수체·배가 반수체 유도 기술은 육종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성과로, 앞으로 다양한 약용작물에 확대 적용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ighto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