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모 대한성공회 주교 "명상은 '마음 근력' 키우는 훈련" [문화人터뷰]

기사등록 2025/12/20 11:00:00

'유엔 세계 명상의 날 한국위원회' 공동위원장

"명상,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게 하는 도구"

"자살·외로움 뿌리는 고독…과도한 경쟁이 원인"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유엔 세계 명상의 날 한국위원회 공동위원장 윤종모 대한성공회 주교가 19일 서울 양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5.12.20.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자살한다, 너무 외롭다'고 말하면 그 밑바탕에 있는 핵심 정서는 고독입니다. 친구들이 곁에 있어도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느끼는 겁니다."

오는 21일 출범하는 '유엔 세계 명상의 날 한국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윤종모 대한성공회 주교는 19일 서울 목동 한 교회에서 만나 현대 사회에 만연한 고독에 대해 경고하며, 명상의 사회적 의미를 강조했다.

윤 주교는 성공회 주교로서 대한성공회 관구장과 부산교구장 등을 지냈다. 연세대와 캐나다 토론토대, 앨버타대 등에서 신학과 문학, 상담학을 공부했다. 성공회대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기독교상담심리치료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오랫동안 상담과 치유의 현장에서 활동해왔다.

그와 명상과의 인연은 젊은 시절부터였다. 스님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레 명상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윤 주교는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 가운데 스님들이 몇 있었고, 만나면 인생과 진리에 대해 토론하곤 했다"며 "종교적으로는 비교적 보수적이었지만, 종교에 대해 배타적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주교의 권유로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상담학을 공부하며 본격적으로 명상에 관심을 갖게됐다. 그는 대학원 시절 '영성일지'를 쓰며 자신의 내면을 관찰했고, 귀국 후 이를 바탕으로 '나무마을 윤 신부의 치유명상', '치유명상' 등을 펴냈다.

윤 주교는 그동안 여러 기관에서 상담·자녀교육·명상·정신건강을 주제로 강의해 왔다.  KBS 제2라디오 프로그램 ‘밤을 잊은 그대에게’에서 전화 상담을 맡았으며 연세대 코칭아카데미에서 라이프 코칭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기독교를 떠나려다 제 책(치유명상)을 읽고 다시 신앙을 지키기로 결심했다'는 글을 보거나, 책 속 문장을 손글씨로 적어 올린 글을 접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아직도 많은 기독교인들이 명상을 무조건 불교적인 것으로 오해해 배척하는 현실을 보면 마음이 힘들다"며 "힘들고 지친 마음을 쉬게 하고, 복잡한 마음을 성찰하는 시간으로 명상을 이해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유엔 세계 명상의 날 한국위원회 공동위원장 윤종모 대한성공회 주교가 19일 서울 양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5.12.20. pak7130@newsis.com

이같은 명상의 이점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유엔은 12월 21일을 '세계명상의 날'로 선포했다. 이에 맞춰 '유엔 세계 명상의 날 한국위원회'가 21일 봉은문화회관에서 출범식을 갖고 'K-메디테이션 한국 명상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윤 주교는 한국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콘퍼런스에서 '세계 명상의 흐름과 한국 명상의 과제'를 주제로 강의와 토론을 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위원회는 개인 회원 450여명과 단체 51곳이 참여하고 있다.

유엔이 '세계 명상의 날'을 제정한 배경으로 윤 주교는 전 세계적으로 심화된 갈등을 꼽았다.

"전쟁과 폭력, 극단적 정치 갈등, 국가 이기주의 등 비이성적인 일이 너무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마음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나와 너'의 경계에서 비롯된 폭력과 경쟁이 얼마나 터무니없고 허망한 것인지 깨닫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유엔도 명상의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봅니다."

윤 주교는 명상에 대해 "삶을 좀 더 효율적이고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게 하는 도구이자, 마침내는 궁극적인 치유를 경험하게 만드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신체도 자기에게 맞는 운동이 필요하듯, 마음 역시 훈련이 필요합니다. 명상은 화가 날 때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게 해 주는, 이른바 '마음 근력'을 키우는 훈련이라 할 수 있겠죠. 내 마음을 스크린처럼 바라보면 외로움이나 분노가 지나가는 것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훈련이 쌓이면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벗어날 수 있습니다."

명상을 잘하는 비법이 있을까. 윤 주교는 고개를 저었다.

"비법같은 것은 없습니다. 명상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다면, 그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이겠죠. 다만 처음에는 혼자하기 쉽지 않으니 신뢰할 만한 명상 지도자에게 기초를 배우고, 함께할 수 있는 공동체에서 시작하는게 좋아요."

윤 주교는 종교를 초월해 구성된 한국위원회가 명상을 통해 더 밝은 한국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길 기대했다.

"우리 사회는 우울, 외로움, 과도한 경쟁, 자살 문제가 심각합니다. 한국위원회는 불교·기독교·원불교 등 종교인 뿐만 아니라 명상의학회, 명상학회, 교수와 기업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어요. 이들이 협력해 국민 정신건강을 위해 노력한다면 한국 사회는 더 밝고 건강해지지 않을까요."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유엔 세계 명상의 날 한국위원회 공동위원장 윤종모 대한성공회 주교가 19일 서울 양천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5.12.20. pak713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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