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이하 워너)가 파라마운트의 회사 인수와 관련해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의 개인 보증을 요구하고 나섰다.

1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워너는 주주들에게 파라마운트의 적대적 인수 제안을 거부해 달라고 권고했다. 인수 자금 조달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파라마운트는 인수에 필요한 자기자본 407억 달러(약 60조원) 전액을 CEO(최고경영자)인 데이비드 엘리슨의 부친인 래리 엘리슨 가문과 레드버드 캐피털이 보증하기로 약정했다. 그러나 워너는 래리 엘리슨 개인이 아닌 엘리슨 가문 신탁을 통해 거래를 보증하는 방식이 불투명하다고 주장하며 보다 강력한 개인 차원의 보증을 요구하고 있다.

파라마운트가 제안한 인수 대금은 약 780억 달러(약 114조6700억원)로 넷플릭스가 제시한 720억 달러(약 105조8400억원)보다 높다. 넷플릭스는 워너의 스튜디오와 HBO 맥스 스트리밍 사업만 인수하고, CNN 등을 포함한 케이블 네트워크 부문은 분사돼 기존 주주들이 계속 보유할 예정이다. 반면 파라마운트는 스튜디오·스트리밍·케이블 사업 전부를 인수한다는 입장이다.

워너는 단순한 가격 비교의 문제가 아니라, 파라마운트의 인수 제안이 실제로 이행 가능한지 여부가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파라마운트는 엘리슨 가문 신탁이 약 250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인수에 필요한 자기자본의 6배를 넘는다고 반박했다. 해당 신탁에는 오라클 주식 약 11억6000만 주와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기타 자산이 포함돼 있으며, 과거 트위터 인수 등 이미 완료된 거래에도 사용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워너가 파라마운트의 인수 제안에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면서, 일각에서는 파라마운트가 내년 1월 8일 공개 매수 만료일을 앞두고 인수가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파라마운트가 단기간 내 인수 가격을 올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엘리슨 가문의 핵심 자산인 오라클은 오픈AI를 위한 데이터센터 구축 과정에서 과도한 부채를 동원하고 있다는 우려 속 주가 부진을 겪고 있다. 오라클 주가는 최근 수개월 사이 40% 이상 급락했고, 이에 따라 래리 엘리슨의 자산 가치는 1700억 달러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엘리슨의 순자산은 약 2430억 달러로,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 5위로 내려왔다.

솔로몬 파트너스의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그룹 총괄인 마크 보이드먼은 인수전을 두고 "이번 롤러코스터에는 아직 많은 반전이 남아 있다"며 "승자가 결정되면 상징적인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자산이 결합돼 미디어 산업 지형이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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