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환빠, 민족적 열등의식 상상으로 자위한 사관"

기사등록 2025/12/17 11:32:44

환단고기 주장 세력에 일침…"중앙박물관도 고생"

"李대통령 환빠 언급은 지지 아냐…대처 물어본것"

[워싱턴=뉴시스]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한국문화원에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2025.12.17.
[워싱턴=뉴시스] 이윤희 특파원 =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최근 이재명 대통령 발언으로 조명받은 이른바 '환빠(환단고기 추종자)'에 대해 "역사로 증명하려는 시기에 자기들의 민족적 열등의식을 그냥 상상력으로 자위했던 사관"이라고 평가했다.

유 관장은 1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한국문화원 강연에서 '환빠' 논란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유 관장은 "우리 박물관도 그 환빠 때문에 얼마나 고생하는지 모르겠다. (환빠들이) 와서 틀렸다고 그러니까 매일"이라며 "고조선이 세계를 지배했는데, 이렇게 놓는게 어디있냐는 거다. 우리가 그것을 따라야겠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고조선 시대 중국의 청동기 문명에 대해 "어마어마하다"며 "우리 비파형 동검하고 이것 하고 싸워서 어떻게 이기냐 환빠들에게 한번 물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만 유 관장은 대통령이 이들의 역사관을 지지한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오히려 반대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관장은 "우리 대통령이 환빠 얘기를 했던 것은 지지해서가 아니고, 그 골치 아픈 환빠를 동북아시아 재단은 어떻게 대처하냐 물어본 그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인들도 책임이 있다. 미담을 악담으로" 둔갑시켰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업무보고에서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에게 '환빠'에 대해 질문했는데, “환단고기를 연구하는 사람들을 비하해서 ‘환빠'라고 부른다. 동북아역사재단은 고대 역사 연구를 안 하느냐”고 말했다.

또한 박 이사장이 학계 주류 의견이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으나 “역사를 어떤 시각에서, 어떤 입장에서 볼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입창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반응했다.

환단고기는 1911년 계연수라는 인물이 썼다고 알려진 상고사(上古史) 서적이다. 한민족의 영토가 시베리아와 중국 본토에 이르며 사실상 유라시아를 지배했다는 주장이 담겨있는데, 조작된 주장이란게 주류 학계의 평가다.

이 대통령 발언을 두고 정치권에서 비판이 이어졌고 논란이 확산하자, 대통령실은 지난 14일 "이 대통령이 이 주장에 동의하거나 이에 대한 연구나 검토를 지시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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