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국제갤러리가 2026년 전시 라인업을 공개했다. 박찬경·박서보·메이플소프까지 한옥과 K1·K2·K3, 부산점을 아우르는 내년 전시는 회화, 사진,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공간과 기억, 변화와 움직임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망한다.
2026년의 시작은 3월 19일, 두 작가의 개인전으로 문을 연다. 한옥과 K3에서는 한국계 캐나다 작가 로터스 강(Lotus L. Kang)의 국내 첫 개인전 ‘Chora’가 열린다. 작가는 한옥 중정의 독특한 구조를 출발점으로 삼아, 내부와 외부,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느슨하게 만들며 기억과 정체성이 생성되고 흩어지는 과정을 추적한다.
K1에서는 박찬경의 개인전 ‘안구선사(眼球禪師)’가 9년 만에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30여 년간 탐구해 온 분단, 냉전, 전통과 민간신앙의 문제를 회화로 풀어낸 자리다. 민화와 사찰 벽화를 인용한 20여 점의 신작 회화를 통해 ‘전통문화’로 고정된 이미지 이면의 간절한 기원과 집단적 상상력을 다시 불러낸다.
4월 말 부산점에서는 홍승혜의 개인전 ‘이동 중(On the Move)’이 개최된다. 픽셀에서 벡터로 확장된 조형 언어를 바탕으로, 평면의 운동성 실험부터 애니메이션과 퍼포먼스로 이어지는 ‘움직이는 이미지’의 역사를 집중 조명한다. 이미지의 이동과 매체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리듬과 시간성이 전시의 핵심을 이룬다.
6월에는 한옥 공간에서 미국 현대사진의 거장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의 개인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사회적 논쟁을 넘어, 그의 사진이 지닌 조형적 완결성과 형식미에 초점을 맞춘다. 인물 초상과 꽃을 중심으로 한 정물 사진을 통해 치밀하게 계산된 균형과 구성의 미학을 재조명한다.
이어 K1과 K2에서는 구본창의 기획으로 한국 현대사진의 흐름을 살피는 단체전이 열린다. AI 시대를 맞아 사진 매체의 본질을 다시 묻는 이번 전시는, 2000년대 이후 한국 사진작가들의 정물 작업을 통해 ‘렌즈’라는 매개로 사물을 바라보는 태도에 주목한다.
8월 말 부산점에서는 태국 출신 작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Korakrit Arunanondchai)의 개인전이 열린다. 영상과 퍼포먼스, 설치를 넘나들며 존재와 신념의 문제를 다뤄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그간의 영상 작업을 돌아보며 영상 언어의 확장 가능성을 실험한다.
9월에는 작고 3주기를 맞은 박서보의 대규모 개인전이 K1·K3·한옥 공간 전반에 걸쳐 펼쳐진다. 1967년 연필 묘법부터 2023년 마지막 신문지 묘법까지, 50여 년에 걸친 작업을 ‘변화의 철학’이라는 관점에서 조망하며, 변화가 그의 예술과 삶에서 어떤 의미였는지를 되짚는다.
같은 시기 K2에서는 김세은의 국제갤러리 첫 개인전이 열린다. 급변하는 도시 환경 속에서 발생하는 시공간적 변화를 신체적·정신적 행위로 탐구하며, 아직 명명되지 않은 상태들의 풍경을 회화로 보여준다.
연말에는 한옥 공간에서 제니 홀저(Jenny Holzer)의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언어를 주요 매체로 삼아 역사와 정치, 사회적 불의를 다뤄온 홀저는 이번 전시에서 한옥이라는 친밀한 공간 안에서 텍스트를 경험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2026년의 마지막은 K1과 K2에서 열리는 이희준의 신작 전시로 장식된다. 디지털 환경 속 회화의 역할을 탐구해 온 작가는 사진과 조각의 방법론을 회화로 변주하며, 도시와 건축에서 포착한 이미지를 다층적인 시공간 감각으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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