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바리 필요없다더니…붕괴 광주 도서관 시방서엔 "일부 필요"

기사등록 2025/12/16 14:39:40 최종수정 2025/12/16 14:56:23

광주도서관 '강합성 PC거더 구조 공법 특기 시방서' 살펴보니

"동바리 최소화 가능하나 장경간 일부에 지지대 필요" 쓰여

전문가 "무지보 공법도 콘크리트 무게 버티는 지지대 필요"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과정에 적용된 H중공업의 특허 PC거더 설치 공법 사용 현장 도면. (사진 = 독자 제공)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특허 공법을 적용해 동바리(지지대) 없이도 시공할 수 있었다고 알려진 광주대표도서관의 건축 과정과 관련, 정작 해당 특허 공법의 시방서에는 이와 정반대의 내용이 적시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시는 광주대표도서관 구조체 공사 과정에 도입된 특허 공법을 가지고 있는 H중공업의 '광주대표도서관 건립사업 강합성PC 제작설치' 시방서를 공사에 적용했다.

시방서에는 H중공업의 특허 공법인 강합성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거더 구조 공법의 현장 제작·설치와 관련된 내용이 담겼다.

특히 해당 특허 공법의 특성을 안전성과 시공성·경제성을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이중 시공성 부문에서 'PC구조로 거푸집, 동바리 최소화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그러나 직후 괄호 표기와 함께 '장경간 구간에서 일부 동바리(지지대)가 필요'하다고 적시돼있어 그간 지지대 없이도 콘크리트 타설이 가능했다는 광주시·시공사의 설명과 대치된다.

앞서 광주시는 지난 2021년 9월부터 한 달 사이 광주대표도서관에 적용할 특정공법(자재) 계약과 관련한 공고를 수차례 진행했다.

국제현상공모로 당선된 광주대표도서관 디자인 특유의 '48m 장경간'(기둥과 기둥 사이 긴 폭)을 구현하기 위해 국내 기준에 부합하는 '장스팬 지지 PC공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여기에 '현장 조립시 별도의 가설재(동바리)가 필요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조건에 부합하다고 판단된 H중공업의 특허가 최종 계약을 따내면서 현장에는 1층과 옥상층에 6m 간격으로 설치될 PC거더가 각 층마다 28개씩 총 58개가 공급됐다.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광주대표도서관 구조단면도. (사진 = 독자 제공) photo@newsis.com


그러나 시공사는 외부 철골 구조물과 PC거더 등 구조체 설치를 마친 뒤 시방서 내용과 반대로 지지대 없이 48m 장경간 구간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했다. 특히 지붕 층 장경간에서 별도의 지지대 없이 타설을 진행한 탓에 4명이 숨지는 붕괴 사고로 이어졌다는 흐름이다.

시방서에는 특허 공법을 사용하는 시공사의 능력도 뒤따라야 한다고 적시돼있다. 시공사의 자격으로 '본 공사규모와 유사한 시공실적을 보유한 합성 거더 공사 제작 및 시공 경력이 있는 업체'라고 한정했다.

현재 시공사인 구일종합건설과 모기업 부도로 인해 공사 과정에서 빠진 홍진건설이 특허 공법을 시공할 역량을 갖추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볼 대목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시방서 내 '장경간 구간에서 일부 동바리를 필요로 한다'는 대목은 장경간 구간의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동바리를 필요로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인 공사에서는 콘크리트 타설 전 PC거더에 동바리를 설치한다. 설령 거더가 휜다거나 붕괴되더라도 동바리가 받쳐주기 때문"이라며 "데크플레이트 타설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로 중앙부에도 동바리를 설치하는게 일반적이다. 무지보 공법일지언정 데크플레이트가 콘크리트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휠 염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1일 오후 1시58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공사 현장에서 옥상층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장 노동자 4명이 매몰돼 모두 숨졌다.

붕괴사고의 원인으로는 용접만으로 이뤄진 구조체 시공, 용접 불량, 누락된 콘크리트 물량 증가 등이 거론되고 있다.

광주대표도서관은 상무지구 옛 상무소각장 부지(1만200㎡)에 연면적 1만1286㎡, 지하 2층·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되는 공공도서관이다. 총 사업비는 당초 392억원(국비 157억원·시비 235억원)이었으나 자재값 상승과 공기 지연 등으로 516억원(국비 157억원·시비359억원)으로 늘어난 상태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소방 당국이 11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건설 도중 난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구조물 붕괴 사고 현장에서 잔해물에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는 작업자들을 수색 구조하고 있다. 2025.12.11. leeyj257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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