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랠리' 무색한 비트코인 하락…내년, 금 능가 vs 구조적 침체 '엇갈린 전망'

기사등록 2025/12/16 14:53:02 최종수정 2025/12/16 15:08:25

8만9000달러 무너지며 시장 불안 고조

낙관론은 '유동성 회복·제도권 편입'에 주목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유토이미지).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내년 비트코인 시장을 둘러싼 전망이 팽팽히 엇갈리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기술 혁신과 제도권 편입에 따른 본격적인 성장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 반면, 비관론자들은 거래 둔화와 구조적 성장 동력 부족을 이유로 하락 전환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시장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연말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며 시장 전반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지난 15일 자정까지만 해도 1억3000만원대를 유지하던 비트코인은 16일 새벽부터 하락세를 보이며 1억2000만원대로 내려앉았다. 달러 기준으로는 8만9000달러선이 무너지며 현재는 약 8만60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더리움, 리플, 솔라나 등 주요 알트코인 역시 동반 약세를 보이며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금융 환경의 불확실성이 비트코인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일본은행 역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글로벌 유동성 축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 부진까지 겹치며 비트코인을 포함한 위험자산 전반에 하방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심리적 지지선 붕괴와 금리 변수에 '흔들'

주요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8만9000달러선이 무너지자, 일부 분석가들은 비트코인이 횡보세에서 하락세로 전환될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온체인 데이터 기반의 암호화폐 분석가인 알리 마르티네즈는 자신의 X(구 트위터)를 통해 "1차 지지선은 8만6000달러이며, 이 구간마저 무너질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더 큰 폭으로 조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마르티네즈는 "기술적 지지선이 붕괴되면 심리적 매물대도 함께 깨지며 급격한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대표적인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즈도 내년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바클레이즈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은 암호화폐 시장에 있어 구조적 성장 없이 조용한 한 해(down-year)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바클레이즈는 현물 거래량 둔화, 투자심리 위축, 뚜렷한 성장 촉매 부족 등을 이유로 들며 코인베이스·로빈후드와 같은 개인투자자 중심의 거래 플랫폼들이 실적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 의회에 계류 중인 '시장구조법안(CLARITY Act)' 와 같은 규제 명확성 확보가 시장 회복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년은 기업들이 토큰화 금융, 규제 대응 시스템 등 장기 전략에 집중하는 과도기적인 시기가 될 수 있으나, 이러한 투자가 당장 내년에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4년 주기 약화, 유동성이 새 변수"

반면, 낙관론도 존재한다.

일명 '돈나무 언니'로 불리는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이 내년에 금을 능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캐시 우드는 비트코인, AI 등 미래 산업에 과감히 투자해 이름을 알린 미국의 대표적 기술주 투자자로, '돈나무'는 그의 이름인 캐시 우드를 한국식으로 익살스럽게 표현한 별명이다.

우드는 최근 미국 경제전문 채널 폭스 비즈니스에 출연해 "비트코인이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금은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강세를 보이는 '리스크 오프(risk-off) 자산'인 반면, 비트코인은 혁신과 성장에 반응하는 '리스크 온(risk-on)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드는 지금의 시장을 1980~1990년대 기술 혁신기와 비교하며, 당시 금은 부진했지만 기술주는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 것을 예로 들었다. 특히 AI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와 미국 경제의 회복 전환 국면은 비트코인 같은 자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장 주목할 변화로는 기관 투자자들의 본격적인 진입을 꼽았다. 우드는 "기관들이 아직 암호화폐 시장에 '발만 담근 수준'에 불과하며, 향후 자금 유입 여지는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우드는 최근 몇 년간 비트코인 변동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점도 언급하며, 이는 기관 자금 유입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전망이 나온다.

코빗리서치센터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내년부터 글로벌 유동성 공급이 본격화될 경우 비트코인이 다시 상승 모멘텀을 형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센터는 특히 전통적으로 비트코인 가격 흐름을 설명해온 '4년 반감기 주기'가 고금리·유동성 재편 속에서 약화되고 있으며, 글로벌 유동성 흐름이 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금융 시스템에 편입되면서 규제 요건을 충족하면서도 기관 투자자들의 프라이버시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인프라가 빠르게 조성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코빗리서치센터는 "지난 10여 년 간 비트코인 가격을 설명해온 '4년 주기론'은 여전히 시장 참여자들에게 강력한 내러티브(Narrative)이지만, 오늘날처럼 가상자산과 제도권 금융이 깊게 연결된 상황에서는 이를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다"며 "올해 초 예상됐던 15만~20만달러 전망은 빗나간 것이 아니라 내년 중에 '늦게' 도착하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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