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권은 사용자 권한…폭넓게 인정
재량이지만 '권한남용' 해당 가능성도
업무상 필요성·생활 불이익 등 따져야
부당전보 인정 판례도…"불이익 크다"
김부장은 드라마 속 인물이지만, '있을 법한 이야기'라며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실제로 우리 사회 김부장들은 '파리 목숨'으로 통한다. 언제든 회사에서 반강제로 나갈 수 있다는 긴장이 있다.
김부장의 사례처럼 갑작스러운 전보, 전직 등은 한 가정을 흔들 수 있는 소식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이 같은 인사권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인사권은 사용자의 고유 권한으로,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폭넓게 인정된다. 다만 권한 남용에 해당해 부당한 인사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있어 구체적인 상황을 따져봐야 한다.
우선 노동관계법에 사용자 인사권을 제한하는 직접적인 규정은 없다. 물론 근로기준법 제23조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는 근로자 전직은 허용되지 않지만 고용노동부, 노동위원회, 법원 등은 '정당한 이유'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김부장의 전보가 부당한지 따져보기 위해선 대법원 법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법원은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사용자는 상당한 재량을 가진다"고 본다.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인사발령을 무효라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행정해석도 이를 바탕으로 한다.
동시에 전보 등이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분이라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김부장 사례처럼 근무지 위치, 업무 종류가 그간 경험과 달라지기 때문이다.
김부장에 대한 인사명령이 적법한지 보려면 근로기준법에서 이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규정은 23조 밖에 없기 때문에 우선 사측의 권리남용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대법원은 사용자 권리남용 여부를 가릴 때 ▲업무상 필요성 ▲근로자 생활상의 불이익 ▲근로자의 동의 등 협의(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서울행정법원의 2013년 판결을 살펴보자. 해당 판례를 분석한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소재 사업장에서 시설물 관리, 행정업무 및 법무를 수행하던 A씨는 앞으로 충남 서산시에 있는 사무소에서 일하라는 전보명령을 통보받았다.
그런데 A씨는 이런 전보명령에 불응해 원래 사무소로 출근하자 회사는 해고를 통보했다.
법원은 해당 전보처분이 업무상 필요성에 비해 생활상 불이익이 커 인사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봤고 전보에 불응했다고 해서 해고한 것이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특히 A씨의 생활 근거지가 서울이고 부양가족이 모두 서울에 있어 서산에 아무런 연고가 없다는 점, 부동산 관리업무를 수행하는 조건으로 채용돼 그간 관련 업무를 수행해 온 점, 서산사무소의 업무는 이전 업무와 전혀 다른 수산물 냉동 관련 업무인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생활상 불이익은 사회통념상 감수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당히 커서 정당한 인사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김부장의 사례와 유사한 내용인 것으로 보인다. 영업팀에서 안전관리팀으로 업무 내용이 달라졌고 생활 지역 및 가족도 모두 서울이다. 생활상 불이익이 클 것으로 풀이된다.
김부장이 이를 다투려고 한다면, 사업장 소재지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상담을 받고 구제신청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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