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별전' 앞둔 린가드 "성숙해진 2년…최고의 순간은 팬들과의 만남"

기사등록 2025/12/09 19:25:11

10일 오후 7시 멜버른과 ACLE 6차전

'스타' 린가드, 이 경기 끝으로 팀과 이별

최악의 순간은 '전동스쿠터 사건' 언급

[서울=뉴시스]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의 린가드.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진엽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과의 작별을 앞둔 제시 린가드(33·잉글랜드)가 유종의 미를 정조준했다.

서울은 오는 10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호주의 멜버른 시티와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6차전 홈 경기를 치른다.

서울은 2승2무1패(승점 8)로 3위에 위치하고 있다.

2위(승점 9) 멜버른을 꺾는다면 순위를 한 계단 높이는 것뿐 아니라, 1위(승점 12) 비셀 고베(일본)와의 차이도 줄일 수 있다.

또 서울의 올해 마지막 공식전인 만큼 유종의 미를 노린다.

아울러 린가드의 고별전이라 그 의미는 배가 됐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지난 7월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8강 전북 현대 모터스와 FC 서울의 경기 전반전, FC 서울 린가드가 드리블을 하고 있다. 2025.07.02. 20hwan@newsis.com

서울은 "구단은 린가드와 오랜 시간 깊은 대화를 이어가며 조금 더 함께해 줄 것을 설득했지만 린가드의 의지가 분명했다"며 지난 2024년 '2+1년' 계약으로 입단한 린가드가 올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난다고 5일 발표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이자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린가드는 지난해 2월 서울에 깜짝 입단하며 K리그와의 동행을 시작했다.

린가드는 2024시즌 리그 26경기 6골 3도움, 2025시즌 리그 34경기 10골 4도움으로 두 시즌 동안 리그 60경기 16골 7도움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올 시즌부터는 주장으로 그라운드 안팎에서 동료들을 이끌었고, 프로 데뷔 후 첫 리그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린가드는 9일 오후 6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멜버른은 좋은 경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ACLE 순위표에서도) 좋은 위치에 있다"며 "우리가 리그에선 아쉬웠지만, ACLE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였다. 나도 자신감이 있고, 팀 선수들도 자신감이 있다. 내 마지막 경기지만, 팀으로서도 많은 의미가 있어 좋은 경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4차전 FC서울과 청두 룽청의 경기 전반전, FC서울 제시 린가드가 슛이 빗나가자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25.11.04. xconfind@newsis.com

린가드가 2년 동안 누빈 K리그는 어떤 리그였고, 어떤 의미로 남을까.

그는 "K리그는 축구적으로는 피지컬적인 리그다. 첫해에 왔을 때 한국 선수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용하고 소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행히) 지난해를 거쳐 올해로 오면서 선수들이 좀 더 자신을 표현할 줄 아는 걸 봤다. 그런 부분을 보면서 기뻤다"며 "내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걸 팀 내 어린 선수들에게 공유하고 싶었고,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으로 생활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까지 많은 팀을 상대할 때 나에 대한 맨마킹이 들어오는 팀이 많았다. 피지컬적으로 힘들었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고, 힘든 상황에서도 활약해 기쁜 부분이 있다"며 "개인적으로 2년 동안 한국에 있으면서 한 사람으로서 성숙해진 부분이 있다. 주장이라는 역할을 달고 평소에 없었던 성숙함을 배우며 성장했다"고 말했다.

또 가장 최고의 순간과 나빴던 순간을 뽑아달라는 질문에는 "축구적으로 잊고 싶은 걸 뽑으면 지난해 홈에서 5연패했을 때가 아직도 상처로 남아 있다. 힘든 시간이었다. (다행히) 그 시간을 이겨내고 연승가도를 달리며 ACL 티켓까지 따내면서 마무리한 건 뿌듯함을 느낀다"며 "최고의 순간을 뽑는다면 이번 시즌 강원전이다. 0-2로 지다가 4-2로 역전했던 순간은 재밌었다. 아직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떨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축구장 밖에서 최고의 순간을 뽑으면 단연코 팬들과의 만남이다. 경기장 안에서나 밖에서나 팬분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순간순간이 나한테 행복했다. 그 덕에 광고나 TV 프로그램 촬영 등 개인적인 활동에도 도움이 됐다"며 "안 좋은 순간은 지난해 전동스쿠터를 타면서 생긴 이슈다. 최악의 순간이라기보단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건이다. 유럽에선 당연하게 타고 다녔는데 한국에선 문제였다는 걸 인지 못 해서 당황스러웠다"고 되둘아봤다.

린가드는 지난해 9월 무면허 상태로 전동스쿠터를 타 경찰로부터 무면허 운전, 안전모 미착용, 승차정원 위반, 역주행 혐의로 19만원의 범칙금 부과 통고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서울=뉴시스]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의 린가드.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계적인 축구 스타가 팀을 떠나는 만큼 동료들과도 추억을 공유했다고 한다.

린가드는 "내가 떠난다는 사실이 공개된 다음 날 선수들이 많이 찾아왔고 나와 사진을 많이 찍었다. 내 유니폼에 사인을 받아가기도 했다"며 "선수들한테 '이제는 가족이고 평생 친구다'라는 말을 했다. 팀은 떠나지만 언제 어디서든 연락할 수 있다. 맨체스터나 런던에 오면 연락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 올 때 세웠던) 목표는 이룬 것 같다. 2년을 돌아보면 생각보다 잘 지냈던 것 같다. 최근에 감독님께도 말씀드렸던 게, 내가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느꼈다면 언제든 떠났을 거다. 한국에서의 시간이 즐거웠기에 계약 기간 2년을 채울 수 있었다. 모든 순간이 재밌고 행복했다"며 "팀과 유대 관계가 생긴 것 같다. 맨유, 웨스트햄을 떠날 때 유대관계가 있었기에 눈물이 났다. 서울과도 그 정도 유대관계가 생긴 것 같다. 내일 경기가 끝나고 어떤 감정이 올라올지는 모르겠으나, 팬들과 이야기할 때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서울을 떠나는 린가드는 차기 행선지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챔피언십(2부 리그) 버밍엄 시티 등 다양한 곳이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린가드는 "다음 스텝은 나도 모른다. 신만이 알고 있을 거다. 내일 경기를 끝으로 (잉글랜드로) 돌아가면 가족이 보고 싶다. 딸, 어머니와 크리스마스 연말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그게 가장 중요한 플랜"이라며 "한국에서 뛰면서 몸상태도 좋아지고 체력도 좋아졌다. 다음 스텝을 걱정하진 않는다. 나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지만, 1월이 되면 (다음 행선지와 관련한) 자세한 사안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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