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북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치 아래 공개처형과 권력 강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탈북자들의 증언이 나왔다. 최근 몇 년간 북한에서는 공개처형이 늘었으며, 한국 드라마나 케이팝을 시청했다는 이유로 처형될 수 있다는 증언도 있었다. 일본 주간지 데일리신초는 9일, 탈북자 2명의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실상을 보도했다.
◆공개처형 참상
황해남도 벽성군 출신 탈북자 김일혁 씨(35)는 2022년 7월 자신이 목격한 공개처형의 잔혹함을 생생하게 전했다.
그는 "죄인은 두 명이었다. 한 사람은 한국 노래 70곡과 드라마 3편을 시청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퍼뜨렸다는 죄, 다른 한 사람은 9년 전 살인 사건으로 붙잡혔다”고 설명했다.
처형 현장에는 어린이들도 교육 차원에서 의무적으로 동원된다. 당시 처형현장에는 악천후로 평소보다 적은 1000명 정도의 관중이 모였다고 한다.
그는 “죄인들은 각목에 묶이고 머리에 흰 천이 씌워졌다. 저격수들이 총을 겨누자 관중은 조용해졌다. 5발 정도 총을 쏘는 소리가 연발로 들렸다"고 회상했다.
김 씨는 2020년 이후 공개처형이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1년에 한 번 정도였지만, 2020년 이후에는 3개월에 두 번 정도 집행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김 씨는 "특히 권력층이나 부유층의 처형은 더 잔인하게 이루어진다고 했다. 빗나간 총알로 머리와 몸통이 떨어져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 이후 한국 드라마 시청하면 공개처형
공개처형 증가의 배경 중 하나는 2020년 12월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다. 한국·일본·미국 콘텐츠 시청이나 유포가 법 위반으로 간주되며, 이를 어길 경우 공개처형까지 이어질 수 있다.
김 씨는 “배격법 이전에는 한국 드라마를 봐도 기껏 감옥에 가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한국 드라마 등을 유포하면 죽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검열부대가 가정까지 불시 수색을 실시하며 USB, MP3 등 외부 콘텐츠를 철저히 단속한다고 밝혔다.
예전에는 각 가정에 연 2회 정도 검열을 실시했으나, 배격법 제정 후는 수상한 집을 선택해 1개월에 2회 정도 신검열 부대가 가택 수색을 실시한다고 김 씨는 전했다. 이외에도 행인을 불시 검열하기도 하며, 가택 수색의 경우 '장롱이며 뭐며 전부 뒤집어 엎을 정도로 철저히 실시한다고 한다.
김 씨는 "정도 차이는 있지만 북한 2030 세대 중에서 한국 문화를 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며 "나도 젊었을 때부터 소녀시대 같은 케이팝을 너무 좋아했고 탈북하기 전에는 아이리스라는 북한 중진을 암살하는 스파이 액션 드라마까지 봤다"고 했다.
그는 "해외 작품에서 풍부한 생활을 보면 부자가 되고 싶다는 의식이 싹트게 된다"면서 "그런 젊은이들이 늘어나 체제를 유지할 수 없게 되는 것이 김 위원장의 두려움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북한의 엄격한 신분사회에서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채 동거하던 김 씨는 이로 인해 언제 감옥에 갈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탈북을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북한은 엄격한 신분사회로 나는 노동자, 아내는 농장원이었다. 결혼을 하게 되면 나도 농장원으로 신분이 떨어지고 수입도 크게 낮아지게 된다. 그래서 혼인을 신고하지 않은 채 동거를 했다"고 했다.
이 "그런데 젊은이의 복장이나 생활 습관까지 단속하는 청년교양보장법에 따르면 그런 내연 관계는 적발되며 동거했던 기간만큼 감옥에 가야 했다", "3년간 동거했기 때문에 언제 감옥에 가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고 탈북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가족과 함께 거액의 뇌물을 써가며 내륙에서 바닷가 마을로 이주한 뒤, 일가족 9명과 함께 탈북에 성공했으며, 현재 남한에서 아내와 자녀를 부양하며 생활하고 있다.
◆탈북의 계기와 경제적 압박
김 씨 외에도 2022년 5월에 탈북한 박영철 씨(가명, 25)는 코로나19 방역 정책으로 인한 극심한 생활난이 탈북 계기가 되었다고 전했다. 2020년 이후 북중 무역이 중단되고 식량·생필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생계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박 씨는 “해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다른 나라가 풍요롭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생활이 막히면서 자연스럽게 남한으로 가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와 생이별하며 홀로 탈북했다.
일본의 인권단체 ‘노펜스(NO FENCE) 북한 강제수용소 없애는 액션 모임’의 송윤복 부대표는 "북중 무역이 재개됐지만, 쌀값은 10월 기준 지난해보다 4~5배 오르는 등 어려운 식량 사정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각국에 파견돼 있던 첩보요원이 소환되어 해외로 정보를 유출했다는 혐의로 20명 가까이 처형됐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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