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칩' 설계자도 떠나나…계속되는 애플 임원 엑소더스

기사등록 2025/12/08 10:59:08 최종수정 2025/12/08 11:14:24

조니 스루지 수석 부사장 퇴사설…팀 쿡 CEO도 잔류 설득 나서

최근 핵심 인재 퇴사·은퇴 등 계속…새로운 혁신·신제품 등 절실

[뉴욕=AP/뉴시스]지난 2014년 9월 5일 뉴욕 5번가의 애플스토어 입구에 애플 로고가 걸려 있다. 2018.1.31.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애플의 핵심 인재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 아이폰 등 주력 제품의 '두뇌'인 자체 칩 설계와 개발을 총괄해 온 핵심 임원의 퇴사설까지 불거졌다. '아이폰 제국'을 건설해온 핵심 인재들의 엑소더스(대탈출)이 계속되는 가운데, 애플의 내부 리더십 공백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폰아레나 등 외신에 따르면 조니 스루지 애플 하드웨어 기술 부문 수석 부사장은 최근 회사를 떠나고 싶다는 의사를 팀 쿡 최고경영자(CEO)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루지 수석 부사장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 제품군이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자체 설계 칩(SoC) 개발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특히 그는 애플이 퀄컴 등 외부 의존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모바일 모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개척했다. '애플 실리콘'이라고 불리는 자체 칩은 애플 제품군의 성능과 효율을 극대화하며 애플의 시장 입지를 확고히 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스루지 수석 부사장은 가까운 시일 내 퇴사를 고려하고 있으며, 애플을 떠난 후 다른 기업에 합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쿡 CEO는 스루지에게 더 나은 보수와 함께 책임 확대를 제안하며 적극적인 잔류 설득에 나섰다.

애플은 스루지 수석 부사장을 하드웨어 엔지니어링과 실리콘 기술 전반을 감독하는 최고 기술 책임자(CTO)로 승진시키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승진이 이뤄진다면 스루지는 애플의 서열 2위 임원 자리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이 승진을 위해서는 현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책임자이자 쿡 CEO의 유력한 후계자인 존 터너스 수석 부사장이 다음 직책을 맡아야 하는 선행 조건이 있다. 터너스 수석 부사장의 다음 직책은 CEO가 유력하다. 사실상 쿡 CEO의 퇴임이 필요한 셈이다. 그러나 애플은 아직 리더십 교체에 준비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더해 스루지 수석 부사장 또한 승진을 제안받더라도 새로운 CEO 밑에서 일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스루지 수석 부사장의 퇴사설은 애플이 최근 몇 달간 겪고 있는 고위급 인사의 잇따른 이탈 속에서 나온 것이어서 더 주목받고 있다. 스루지 수석 부사장의 퇴사설 또한 최근 주요 임원들이 애플을 떠나는 엑소더스 현상의 일부라는 해석도 나온다. 

애플은 최근 메타, 오픈AI 등 경쟁사와 AI 스타트업 등으로 핵심 인력들이 대거 이동하는 것을 경험했다. 일부는 은퇴를 선택했다. 이러한 인재 유출은 애플이 현재 AI 시대의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입지를 잃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게 인식됐다.

실제 최근 애플을 떠난 핵심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핵심 인력이 대거 빠져나갔다. 애플 AI 총괄 책임자였던 존 지아난드레아가 이달 초 퇴사했으며, 며칠 뒤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 책임자인 앨런 다이가 메타로 이직했다. 또 법무 및 글로벌 보안 담당 수석 부사장인 케이트 아담스와 환경, 정책 및 사회 이니셔티브 담당 부사장인 리사 잭슨도 최근 퇴사를 발표했다.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아이폰 에어 디자인 담당자 아비두르 초두리는 AI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며 파장을 낳기도 했다.

이외에도 오랫동안 애플 최고 운영 책임자(COO)였던 제프 윌리엄스가 지난달, 전 하드웨어 총책임자였던 댄 리치오가 지난 가을에 회사를 떠나는 등 고위 경영진의 이탈이 계속 이어졌다. 최고 재무 책임자(CFO)인 루카 마에스트리도 올해 초 역할이 축소됐는데, 이는 그의 은퇴가 임박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경영진뿐 아니라 일반 직원들의 이탈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애플은 AI 연구원, 로봇 공학 소프트웨어 팀원, 하드웨어 디자이너들까지 잃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로서는 이중고에 직면한 셈이다. 한편으로는 젊은 인재들의 외부 유출을 막아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년이 임박한 고위 임원들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인력 채용 및 유지에도 힘을 쏟아야하는 상황이다.

애플은 그동안 조직의 안정성으로 명성이 높았다. 그러나 최근의 급격한 인재 유출은 애플에게도 격동의 시기가 찾아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혼란의 구체적인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폰아레나 등 외신은 애플의 AI 분야 실책과 개발 지연이 직원들에게 '덜 흥미로운' 일터가 되게 했을 수 있다는 분석을 제시하기도 했다.

잇따른 인재 유출과 그에 다른 내부 불안정은 애플이 브랜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혁신과 신제품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 발생했다. 애플은 내년 하반기 출시라는 풍문이 돌고 있는 폴더블 아이폰, 내년 초 등장이 예상되는 새로운 AI 기술 등을 준비하고 있다. 애플이 핵심 인력 유출이라는 난관을 극복하고 다시금 안정화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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