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찬성 53%지만 '입증해야'도 75%
"트럼프, '그냥 믿어라' 태도로 일관해"
외신 "美 전쟁법도 '생존자 제거' 금지"
[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미군이 베네수엘라 마약 운반 의심 선박을 공격한 뒤 생존자에 '2차 공격'을 가했다는 논란이 격화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마약 차단 정책에 호의적이던 여론이 바뀌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CNN은 4일(현지 시간) "맥락을 제거하고 단순한 질문만 던지면 미국인들은 이 아이디어(마약 유입 차단)에 호의적이지만, 의회까지 참여해 시작된 정밀 검증은 행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론조사 회사 유고브(YouGov)가 지난달 19~21일 CBS 의뢰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으로 마약을 들여오려고 하는 것으로 보이는 선박을 군사적으로 타격하는 것'에 대한 '찬성' 응답은 53%로 '반대(47%)'를 소폭 앞섰다.
CNN은 조사 결과에 대해 "현실은 백악관 관계자의 '80대 20으로 먹히는 이슈' 발언보다 훨씬 복잡하지만, 이것(마약 의심 선박 공격)은 어느 정도 인기 있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질문을 바꿔 '정부가 해당 선박이 실제로 마약 운반선이라는 증거를 공개해야 하는가'라고 묻자, '찬성' 응답은 75%로 '반대(25%)'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소스가 지난달 초 로이터통신 의뢰로 실시해 14일 발표한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해외 마약 용의자를 사법 절차 없이 사살한 것'에 대한 평가는 '반대'가 51%로 '찬성(29%)'보다 크게 높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소 80여명으로 알려진 사망자 명단이나 이들이 받는 혐의에 관한 구체적 근거를 일체 공개하지 않은 상태인데, 이 점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고 매체는 진단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법적 검토에 별 관심이 없고, 언제나 그렇듯 '당신은 마약 밀매자 편이거나 그 반대편'이라는 식"이라며 "행정부는 사실상 '우리를 그냥 믿어라'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생존자를 고의로 살해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이것은 충분히 전쟁범죄로 볼 수 있으며, 이 상황에 대한 여론조사는 아직 없으나 초기 공격을 지지했던 이들조차 등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주요 외신은 완전히 무력화된 표적에 대한 2차 공격은 불법이라는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CBS는 "제네바 협약은 민간인이나 무방비 상태의 군인 공격을 금지하고, 미국 전쟁법 매뉴얼은 생존자 제거를 전제하고 적대행위를 수행하거나 항복 기회를 주지 않겠다고 위협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도 "'전쟁 중'이라는 백악관의 논쟁적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법률가들은 이번 공습은 전쟁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의심하고 있다"며 2차 공격의 '목표'가 해당 선박이었는지 생존자였는지를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짚었다.
반면 워싱턴포스트(WP)는 "표적을 제거하기 위해 여러 차례 공격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항상 그렇게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이 외국 테러 조직에 대해 수립한 전략을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연설비서관 출신 칼럼니스트 마크 티센의 반론을 소개했다.
공화당은 일단 2차 공격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상·하원 군사위원회·정보위원회 소속 양당 지도부는 4일(현지 시간) 프랭크 브래들리 특수작전사령관(해군 대장), 댄 케인 합동참모의장으로부터 비공개 보고를 받았다.
공화당 소속 톰 코튼 상원 정보위원장(아칸소)은 보고 후 "소말리아나 예멘 해안에서 배를 폭파한 뒤 테러리스트가 있거나 폭발물·미사일이 있는 경우 다시 공격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브래들리 제독과 국방장관은 우리의 기대대로 정확히 행동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소속 하원 정보위 간사 짐 하임스 의원(코네티컷)은 "그들(마약 운반 용의자)은 악당이지만 (2차 공격은) 난파선 선원들을 공격한 것"이라며 "이동 수단이 없고 파괴된 선박을 탄 두 사람이 극심한 고통 속에 있었는데, 미국이 그들을 사살했다"고 정반대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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