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사용 발사체 주도권 누가 잡을까…한화·KAI 물밑 경쟁

기사등록 2025/12/03 11:10:27
[여수=뉴시스] 황준선 기자 =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7일 새벽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민간 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기술 이전을 통해 발사체 제작 전 과정을 주관한 누리호 4호기는 오로라·대기광 관측과 우주 자기장·플라스마 측정 등을 위한 위성 13기가 탑재됐다. (레이어 합성) 2025.11.27.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재사용 발사체 시장을 두고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판 스페이스X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양사의 기술 경쟁이 더없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KA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정부가 재사용 발사체를 위한 사업 확정을 기다리며 사전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정부는 지난해 누리호에 이어 달 착륙을 목표로 한 차세대 발사체 사업을 추진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가 단독 입찰해 수의 계약자로 지정됐다. KAI는 재사용 발사체 사업자에 입찰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차세대 발사체는 참여사로 들어왔다.

차세대 발사체는 일회용 사업으로 경제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스페이스X,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블루 오리진이 재사용 발사체를 상용화했다.

정부는 차세대 발사체 사업의 내용을 수정해 메탄 기반 재사용 발사체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예비타당성조사(예타)와 사업자 선정 후 사업 수정이 논란이 되면서, 업계와 정치권에서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기업들은 사업 확정을 무한정 기다려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이 와중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는 발사체와 위성 관련 사업에 참여하며 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민간 주도로는 처음으로 누리호 4차 발사에 성공하며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누리호 설계, 제작, 발사운영 등 발사체 개발 전주기 기술을 이전받을 계획이고, 2032년까지 누리호를 제작·발사할 권한도 확보했다.

누리호의 반복 발사를 통해 기술 역량을 누적하겠다는 정부 계획 아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체 사업 전반에 관한 기술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KAI는 30년간 우주 사업에 참여하며 누적한 기술력에 위성 사업을 위한 인프라 설비를 구축하며 경쟁력 확보를 시도 중이다. KAI는 1999년 발사된 아리랑 1호 사업에 참여하며 정부의 우주 사업의 파트너 역할을 했다.

위성 분야에선 정지궤도위성, 차세대중형위성 및 군정찰위성 등 개발 사업에 참여한 바 있다. 4톤급 대형 열진공 챔버 시설을 민간 최초로 구축했고, 위성 개발 프로세스를 한 곳에서 진행할 수 있는 설비도 갖출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주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 모두 재사용 발사체 사업 경과를 민감하게 주시하고 있다"며 "사업 목적이 완전 변경될 경우 사업 참여 기회를 다른 기업에게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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