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이 동선 등 도움…"함께 해 더 빛나"
"제2의 인생 찾아…장애인도 춤 출 수 있어"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우리가 앞을 못 보니 춤을 춰봐야 얼마나 잘 추겠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하면 얼마든지 가능해요. 장애인도 얼마든지 춤 출 수 있죠."
지난 27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만난 서복달(58)씨는 전맹 장애인이자 시각장애인무용단 룩스빛아트컴퍼니에서 활동하는 무용수다.
20대 초반에 중도장애를 얻은 서씨는 안마업에 종사하며 결혼 생활과 자녀 양육에 집중했다.
그가 무용을 만나게 된 건 50대 중반이었던 2024년이다. 서씨는 "아이들도 얼추 컸고 내 생활을 찾아볼까 하던 차에 복지관 프로그램으로 잠깐 참여했는데, 여기 슬로건이 '우리도 춤출 수 있다'더라. 그럼 나도 춤을 출 수 있을까 싶어서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씨는 일주일에 2~3회, 1회당 3~4시간 공식 연습을 한다. 나머지 시간에도 개인 연습을 병행한다고 한다.
그는 "서로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다보니 다들 동작이 어설퍼도 우리끼리 교육을 받고 연습하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단 시각정보가 없다보니 동선 맞추기 등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회전을 하는 동작 이후에 방향이 틀어질 때가 많다고 한다. 이럴 때는 같이 무용을 하는 비장애인(헬프 선생님)이 위치를 잡아준다. 서복달씨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하는 무용이라 더 빛이 나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세종문화회관, 올해 6월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과 같은 큰 무대에서 공연을 했다. 그는 "우리나라를 알리는 큰 무대에 내가 서 있다는 게 실감이 안 나고 뿌듯했다"며 "아들과 딸도 엄마의 새로운 모습을 보니까 놀라고 좋아했다"고 했다.
현재 서씨는 정기공연 '아버지의 봄'에 참여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무용단이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만큼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눈이 안 보이는 내가 무용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해 본 적도 없는데 이 곳에서는 도전이 가능하다. 제2의 인생을 찾은 것 같다"며 "우리 혼자서는 춤을 출 수 없을지 몰라도 같이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나이도, 성별도, 장애 정도도 상관없으니 무조건 오시면 된다. 사회적으로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공동 기획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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