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어부들의 어업 달력 '물때지식' 국가무형유산된다

기사등록 2025/11/28 11:01:47

밀물·썰물 인식한 전통 지식 체계 '물때지식'

[서울=뉴시스] 조선시대 물때 기록의 기준인 김포 조강(祖江) 일대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11.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수린 수습 기자 = 밀물과 썰물로 생기는 바닷물의 주기적 변화를 관찰해 축적된 전통지식체계 '물때지식'이 국가무형유산이 된다.

국가유산청은 물때지식을 국가무형유산 공동체 종목으로 지정 예고한다고 28일 밝혔다.

물때지식은 자연환경을 관찰하고 경험으로 축적해온 '전통지식'과 지구와 달의 관계를 역법으로 풀어낸 '천문지식'이 결합된 체계다. 대표적으로 조수간만의 차에 따른 조류 변화를 일정한 주기로 정리해 역법화한 것이 포함된다.

이 지식은 오랫동안 어민들의 어업활동 뿐만 아니라 염전·간척·노두(路頭) 이용·뱃고사 등에 폭넓게 활용돼 왔으며, 해안 지역 일상생활의 필수 지식으로 꼽혀왔다.

역사도 깊다. '고려사'에는 하루 단위의 밀물과 썰물에 대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태종실록'에는 보름 주기의 물때 명칭이 등장한다. 조선시대 이전부터 15일 주기의 물때 순환체계를 인식하고 이용한 것이다.
[서울=뉴시스] 조선시대 조강(祖江)지역 물때를 기록한 신경준의 '조석일삭진퇴성쇠지도', 여암전서 권9 사연고 (사진=국립중앙도서관 제공) 2025.11.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지역별 물때 체계를 탐구한 기록도 남아있다.

조선후기 강경포구의 조석 현상이 바위에 기록돼 있고, 실학자 신경준은 '조석일삭진퇴성쇠지도'를 제작해 조강(祖江)과 제주, 중국 절강(浙江)과 오월(吳越)의 조석 시간을 비교했다.

물때를 세는 단위인 한물·두물 등 ‘숫자+물(마·매·무새)’의 구성 방식과 게끼·조금·무수(부날)의 서로 다른 명칭이 존재한다는 점에서도 물때의 지역적 다양성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 금강의 물때를 기록한 해조문 바위(논산 강경읍)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11.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국가유산청은 "물때는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서해안과 남해안 주민들의 필수 생활지식이자, 어촌의 생업을 비롯한 해양문화 연구의 기초지식이 되는 점에서 학술연구 자료로서 가치가 크다"고 밝혔다.

국가유산청은 지정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국민신문고 누리집 '국민생각함'에서 물때지식 종목 명칭에 대한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이후 무형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무형유산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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