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산업 구조재편의 경제적 영향 점검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석유화학산업이 글로벌 공급 과잉과 업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기업들이 정부의 공급 감축 및 구조 재편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경제 성장에 부담이 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성장세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8일 경제전망 일환으로 발간한 '석유화학산업 구조재편의 경제적 영향 점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해당 보고서는 한은 조사국 재정산업팀 허정석 과장과 윤종원 조사역이 공동 집필했다.
글로벌 석유화학산업은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 중국의 핵심소재 자급화등으로 후퇴기에 접어들었고, 공급 과잉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반면 세계 경기 둔화로 인해 신규 수요 창출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도 공급 과잉으로 인한 업황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업황 부진은 여수, 서산, 울산 등 주요 석유화학 산업단지가 위치한 지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이들 지역의 고용은 크게 감소했으며, 여수 지역의 세수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저자들은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수출 비중이 중국 및 범용제품에 집중돼 있어, 중국의 수요 변동과 범용제품 가격 변화에 취약한 구조라는 점을 지적했다. 중국의 성장세 둔화와 함께 자국 범용제품과의 차별성 확보에도 실패하면서 이중고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생산설비의 대부분이 원유를 원료로 하는 나프타 분해설비(NCC)에 기반하고 있어,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원유 가격 변동에 따른 원가 경쟁력 저하 문제가 지적됐다. 이에 따라 2022년 이후 범용 석유화학제품의 원가 경쟁력도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그린 디지털 전환 및 전기차 보급 확대 등으로 인한 추가 비용 상승, 기술 전환 부담 역시 커지고 있다. 탈탄소화 기조에 따라 탄소국경세 신설과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설비 구축 등으로 비용 압박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해 말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지난 8월에는 기업 자율참여 방식의 공급감축 규모를 제시하고 금융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구조재편을 독려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에틸렌 감축 목표는 270만~370만 톤 수준이다. 저자들은 가업들이 정부의 석유화학산업 구조재편에 임할 경우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할 결과 단기적으로 내년 산업생산 3조3000~6조7000억원, 부가가치 5000만원~1조원이 감소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최근 중국을 포함한 주요 경쟁국들이 석유화학산업 구조재편에 발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으로 단기적 성장 손실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구조재편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감축을 통해 기업의 운영비 부담이 줄어들면, 그만큼 연구개발(R&D) 투자 여력도 커질 수 있다고 봤다. 만약 기업들이 R&D에 3년간 연평균 3.5%씩 투자할 경우, 단기적인 성장 감소분은 충분히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 과장은 "석유화학산업은 구조 개편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성장에 부담이 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산업 전체의 성장세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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