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박정훈 언론에 외압 폭로하자 체포 지시"
"군사경찰 개편해 해병대 수사단 축소 지시도"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과정에서 외압을 폭로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특검이 조사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순직해병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이명현)은 박 대령이 언론에 수사외압을 폭로한 직후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청구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파악해 공소장에 적시했다.
박 대령은 2023년 8월 11일 KBS 시사프로그램 '사사건건'에 출연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통해 이첩 내용을 변경하려고 했다'는 취지의 수사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의혹 제기 이후 여론이 악화되자 8월 12일부터 13일까지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을 통해 박 대령에 대한 징계 등 신속 조치가 어렵다고 보고받았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은 8월 14일 이 전 비서관을 통해 국무회의에 참석한 이 전 장관에게 전화해 '박 대령이 TV에 출연해 수사외압을 주장해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박 대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김 전 단장에게 전화해 박 대령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를 지시한 것으로 특검은 본다.
이날 박 대령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 및 발부 여부를 모두 대통령실에 보고된 것으로 특검은 파악했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이 김 전 단장에게 8차례에 걸쳐 박 대령 체포영장 발부 여부를 확인했고, 이 전 비서관을 통해 윤 전 대통령에게 체포영장 발부 여부 등 상황을 5차례 보고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체포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박 대령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윤 전 대통령은 8월 15일 1차 체포영장 기각 사실을 보고는 이 전 장관에게 후속 조치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김 전 단장은 같은 날 '전 해병대 수사단장 항명사건 수사 관련 법리 검토'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에는 '국방부 장관의 명령은 수사결과 내용을 변경하라는 것이 아니라 단지 민간 경찰로 이첩하는 시기만 보류하라는 취지의 정당한 명령', '수사 외압은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수사단장의 개인적인 착각' 등의 내용을 담았다. 보고서는 이 전 비서관에게 전달됐다.
이 전 장관은 박 대령이 신청한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 구성에도 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장관은 유 전 관리관에게 '너무 박 대령에게만 유리한 것 같다. 국방부 입장을 대변할 사람도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관리관실은 심의위원 중 일부에 국방부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심의위원 3명을 위촉했다.
군검찰수심위는 8월 25일 박 대령 사건에 대해 심의를 진행했는데, 의결권을 가진 위원 10명 중 수사 중단 5명, 기권 1명, 수사 계속 4명으로 과반수를 얻지 못해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 전 장관의 지시로 위촉된 위원 3명 가운데 2명은 수사 계속 의견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군검찰은 8월 27일 언론을 통해 'VIP(윤 전 대통령) 격노' 의혹이 보도되자 다음 날 박 대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하지만 중앙지역군사법원은 2차 체포영장 청구도 기각했다.
김 전 단장은 이 전 장관에게 박 대령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보고하고 실행에 옮겼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이 사전구속영장 청구도 기각하자 군검찰은 박 대령을 불구속 기소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은 군사경찰 조직을 개편해 해병대 수사단을 축소하도록 직접 지시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윤 전 대통령은 7월 31일 대통령실 외교안보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으로부터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이 피혐의자로 포함된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하며 "군사경찰이 제대로 업무를 못 한다. 전체 군 수사인력을 절반 이상 줄이라"고 지시했다.
임 전 비서관은 같은 날 오후 2시 유균혜 전 국방부 기획관리관에 군사경찰 인원 감축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 유 전 기획관은 이튿날인 8월 1일 군사경찰 정원의 30%를 감축하는 내용의 검토 보고서를 보고했지만 임 전 비서관은 '감축 규모가 적다. 더 줄여오라. 50% 이상은 감축해야 한다'며 돌려보냈다.
유 전 기획관은 유 전 관리관과 논의를 거쳐 8월 7일 '각 군 수사단을 해체하고 수사기능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일원화하며 수사인력을 799명에서 399명으로 감축한다'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군 수사조직 개편 계획' 문서를 작성해 이 전 장관에게 보고했다.
군사경찰 조직 개편안은 2023년 8월 중순경 삭제 및 폐기됐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군사경찰 감축안 마련을 지시하는 방법으로 군사경찰이 '임성근 등을 피혐의자에서 제외하라'라는 취지의 지시를 이행하도록 압박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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