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씨, 시세 조종해 부당이득 취득한 혐의
1심 징역 25년→2심 징역 8년 17년 감형
法 "피고인 손실…통상적 사건과는 달라"
"주가 폭락 직접 유발 안 해…수사 필요"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핵심 인물로 지목돼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라덕연(44) 전 호안투자컨설팅업체 대표가 항소심에서 대폭 감형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이승한)는 25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라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벌금 1465억1000만원과 약 1815억5831만원 추징도 명했다. 아울러 라씨에 대한 보석 결정을 취소하고 그를 법정 구속했다.
라씨의 최측근으로 분류돼 '3인방'으로 불렸던 변모(42)씨에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벌금 24억원, 안모(35)씨에겐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각각 200시간, 16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했다.
라씨의 나머지 일당들에게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들은 범행 가담 정도에 따라 징역 1~2년에 집행유예 1~4년, 벌금 1~3억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시세조종 범행으로 장기간 큰폭으로 부양된 주가가 한순간에 폭락했고, 다수의 선량한 투자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혔다"며 "다양한 방법으로 범죄수익을 은닉해 피고인 라덕연의 조세포탈로 귀결됐다. 그 과정에서 상당한 규모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아 죄책이 가볍다고는 볼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이 사건은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시킨 뒤 전격 매도해 수익을 취하는 통상적 시세조종 범행과는 달리 이 사건은 대부분의 피고인들도 2023년 4월24일자 주가 폭락 사태로 인해 해당일자 투자수익을 모두 상실했고, 감당하기 어려운 거액의 채무를 부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주가 폭락을 예건하지 못했음은 물론, 주가 폭락을 직접적으로 유발하지 아니하였음은 분명해 보이는데 주가 폭락의 직접 원인이나 이 사건 이익이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 등이 현재까지 분명하게 확인되지 않았고 충분한 정도로 수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심이 유죄로 판단한 시세조종 혐의 부분 중 1/3 정도만 유죄로 인정했다.
라씨 측은 '시세조종 혐의 계좌 중 조직의 일임 투자자가 아닌 사람들의 계좌, 조직에 위임하지 않고 몰래 투자한 뒷주머니 계좌가 있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를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조직 내부 자료를 보더라도 투자사실을 확인할 만한 뚜렷하고 객관적인 내용이 없고, 여러 차례에 걸쳐 이들을 투자자로 특정한 경위나 그 근거 자료를 구체적으로 밝힐 것을 석명했으나 충분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다"고 했다.
장외파생상품인 차액결제거래(CFD) 계좌 이용 주문에 대해선 시세조종으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라씨 측 주장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 제176조 1항과 2항의 문언상 금지되는 시세조종 행위 대상은 '상장증권 또는 장내파생상품의 매매 또는 그 위탁이나 수탁을 하는 행위'라고 되어있다"며 "CFD 계좌를 이용한 거래 주문을 시세조종으로 보는 것은 형벌법규의 의미를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하거나 유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규모도 1심보다 114억원 적게 판단했다.
재판부는 "2022년 1월 4일 전까지는 '무등록 투자일임업으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죄'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 규율하는 '중대범죄'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있어 114억원을 유죄부분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시세조종의 목적 및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라씨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핵심 조직원들이 수사기관에서부터 일관되게 주가부양 및 종가관리 지시가 이뤄졌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피고인 역시 투자설명회 등에서 '제가 가격 올립니다'고 발언하는 등 시세조종의 목적과 고의를 명백히 외부로 표출한 바 있다"고 했다.
이어 ▲라씨 일당이 유동주식비율이 낮거나 시가총액이 적어 시세조종에 적합한 종목을 일부러 선정한 점 ▲의문을 제기하는 투자자들에게 '시세조종으로 처벌받을 우려가 없다'는 취지로 답한 점 ▲라씨가 텔레그램을 통해 시세조종 지시를 내리자 조직원들이 실제로 이를 실행해 그에 따라 주가가 상승한 사실이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점 등에 비춰 시세조종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한편, 재판부는 라씨에 대해 "피고인은 범행 전반을 기획하고 주도했으며, 각종 규제를 의도적으로 회피했다. 각 범행의 의사 결정, 그에 따른 지시와 이익의 귀속은 라씨 1인에게 집중됐다"면서도 "아무런 형사 처벌 받은 적이 없는 점을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나머지 조직원들에 대해서는 "지위나 역할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피고인 라덕연의 지시를 맹목적으로 따르거나 이를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데 머무른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라씨와 조직원들은 지난 2019년 5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수익금 약정 등을 통해 유치한 투자금으로 상장기업 8개 종목을 시세 조종해 총 7305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19년 1월부터 2023년 4월까지 투자자 명의 등을 위탁 관리하며 주식에 투자하는 등 무등록 투자일임업을 영위하며 총 1944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도 제기됐다.
아울러 이 같은 수법으로 챙긴 수수료 명목의 범죄수익을 조직이 관리하는 법인, 음식점 매출 수입으로 둔갑시키거나 차명계좌로 지급받아 범죄수익을 은닉·가장한 혐의도 받았다.
라씨는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그에게 1465억1000만원의 벌금과 1944억8675만5853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1심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조직적이고 지능적인 대규모 시세조종"이라며 "다수의 선량한 투자자가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1심은 라씨와 함께 재판에 함께 넘겨진 일당들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1심 판결에 피고인들과 검찰 측 모두 불복하며 2심 재판이 열리게 됐다.
검찰은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라씨에게 징역 40년을 구형하고 벌금 2조3590억원 및 추징금 127억원을 재판부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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