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니 마을 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
하미 마을 학살 피해생존자 응우옌티탄
"진실 따라 더욱 강해질 것…포기 말라"
[서울=뉴시스]한이재 기자 = 베트남 파병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의혹 사건 피해생존자 2명이 제13회 리영희상을 공동으로 수상하게 됐다.
재단법인 리영희재단은 25일 응우옌티탄(65·Nguyễn Thị Thanh·퐁니·퐁녓 마을 학살 피해생존자)과 응우옌티탄(68·Nguyễn Thị Thanh·하미 마을 학살 피해생존자)을 제13회 리영희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재단은 사회의 숨겨진 진실을 밝히고 우상을 타파하기 위해 애쓴 개인이나 단체를 격려하고 지지하기 위해 2013년부터 리영희상을 주고 있다.
두 수상자는 베트남 전쟁 중이던 베트남 꽝남성 퐁니 마을과 하미 마을에서 한국군에 의해 가족 구성원을 잃고 본인들도 중상을 입은 피해생존자다. 1968년 2월 12일 퐁니학살과 1968년 2월 24일 하미학살 당시 두 수상자는 각 8살, 11살이었다.
인류 보편 가치인 평화와 화해를 추구하는 동력으로 개인적 비극을 전환해 진실 규명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게 재단의 평가다.
재단은 시상 이유로 "이들은 죽음의 문턱에서 운 좋게 살아났지만, 어린 시절에 겪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의 트라우마에 지금도 시달리고 있다"며 "그럼에도 이들은 전쟁 학살에 대한 진상 규명과 평화 공존을 위한 세계적 연대를 위해 다시 일어섰다"고 했다.
이어 "특히 한국군이 베트남에서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한국 정부에 대한 진실 투쟁을 10년째 계속하고 있다"며 "한국 시민사회에 대해서도 아픈 과거를 직시할 것을 호소해 왔다"고 덧붙였다.
◆2015년부터 한국 찾아 진실 규명 요청해
이들은 전쟁 범죄를 알리는 데 힘써왔다.
퐁니 마을의 응우옌티탄이 2015년 학살 피해자 최초로 한국을 방문해 전국을 다니며 당시의 참혹한 피해와 한국 책임을 호소한 게 시작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배상청구 소송은 2023년 2월 1심에서 승소 판결이 났고, 지난 1월 항소심에서도 유지돼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하미 마을의 응우옌티탄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하지만 진화위는 2023년 5월 '과거사진상규명법은 외국에서 외국인에 대해 전쟁 시 발생한 사건에 확대 적용되지 않는다'며 요청을 각하했다. 이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두 수상자는 2018년 서울에서 열린 시민평화법정에 원고로 참여해 민간인 학살의 진상을 증언하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 한국에 방문해 행정·입법·사법부와 시민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정부의 공식적 사실인정과 사죄가 이들의 요구 사항이다.
심사위원회는 "두 분의 활동은 단순히 개인이나 특정 공동체의 회복을 넘어선다"며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비극적 역사의 진실을 마주할 용기를 일깨우고, 인간 존엄을 회복하며, 더 이상 이런 비극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역사의 교훈을 새기게 한다"고 설명했다.
◆죽은 이를 대신한 싸움…"한국 정부 나서주길"
퐁니 마을의 응우옌티탄은 수상소감으로 "저는 운 좋게 살아남았고, 그래서 죽은 분들을 대신해 진실을 꼭 말해야 한다고 지금까지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살아왔다"며 "재판으로 돈을 받으려고 기다리는 게 아니다. 그저 학살로 희생된 사람들이 저세상에서나마 편히 눈을 감았으면 하는 마음뿐이다"라고 했다.
이어 "리영희상은 제가 그동안 진실을 말하기 위해 애써온 시간에 대한 큰 위로처럼 느껴졌다"며 "한국의 새 정부가 베트남전 진실규명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요청했다.
또 진실을 위해 싸우고 있는 이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힘내자. 우리가 세상을 떠나도 우리 아이들과 후세대가 계속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 전했다.
하미 마을의 응우옌티탄도 "이번 리영희상 수상은 저에게 정말 큰 힘이 된다"며 "피해생존자가 리영희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이 우리에게 관심을 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저 같은 피해자·유가족들은 나이가 많아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며 "하미 마을뿐 아니라 베트남 중부의 다른 마을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 피해들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가 용기를 내어 충실하게 진상조사를 해주길 희망한다"고도 했다.
정의와 인권을 위해 싸우는 이들에게는 '진실을 따르는 우리는 더욱 강해지고 견고해질 것이다. 진실은 그 자리에 늘 그대로 있고, 언젠가는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전했다.
시상식은 12월 3일 오후 4시께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3층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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