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조원 안전 투자 결정
최정우 전 회장 사과문
장인화 회장 '안전 혁신' 강조
사고 재발 루프는 본질적으로 못바꿔
하청업체 '위험의 외주화' 이어져
제철소 설비 노후화와 노동집약적 사업 특성 상 산업 재해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데, 정작 포스코그룹은 '바꾸겠다'는 구호만 외칠 뿐 근본 변화가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가 중대재해 발생 후 안전 관리 대책을 발표했지만, 정책 실패 루프(특정 과정을 되풀이하는 현상)가 이어지고 있다.
단적으로 2018년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산소공장에서 외주업체 직원 4명이 질소가스에 질식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포스코는 산업 재해 예방 예산을 2배인 1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그 이후에도 폭발·추락 사고는 계속 이어졌다.
전임 회장인 최정우 전 회장은 2021년 2월 산업 재해가 반복되자 유족은 물론, 대국민 사과에도 나섰다. 당시 그는 "안전 설비에 1조원 이상을 투자했음에도 최근 사건들이 보여주듯이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음을 절감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장인화 회장으로 그룹 최고 수장이 바뀌었지만 똑같은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8월 포스코 하청 업체 추락 사고, 건설 계열사 포스코이앤씨의 사망 사고(올해 5번째)가 이어지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아니냐"라며 강도 높게 지적했다.
하지만 불과 6일 만에 공사 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감전으로 의식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은 반복되는 사고에 사임했고, 장인화 회장은 안전 혁신을 이루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포스코 제철소의 사망 사고와 부상 사고는 줄어들기는 커녕 여보란 듯이 촘촘한 주기로 재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장인화 회장의 지시에도 불구, 구조적 변화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포스코그룹이 장 회장 의지와 상관 없이 원청과 하청 이원화 구조, 권한이 부족한 현장 실무자, 안전 예산 실집행률 미흡 등 시스템적인 문제들로 중대재해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론까지 들린다.
특히 위험의 외주화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미 올해 정비 자회사 및 건설 하청업체 직원 3명이 사망하며 위험의 외주화는 곳곳에서 중대 사고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구조 속에 그룹 안전 대책이 하청업체까지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장성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7월 "근로자는 보호의 객체가 아니라 예방의 주체라는 생각으로 직원 대의기구, 현장 근로자 등이 안전 경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도록 폭넓은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선 직원들 사이에선 산업 재해 예방이 구호처럼 현장과 유리된 것 같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그룹 차원의 안전 대책이 무용한 것은 아니지만, 단순 교육과 안전 강조만으로 실제 작업 현장의 변화를 만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철강 사업 부진이 지속되며 포스코가 전사 차원의 비용 절감을 주문하는 상황에서 정작 의미 있는 안전대책 강화는 힘들어 보인다"며 "현장에서 체감하는 안전대책이 무엇인지조차 불분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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