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7명 전원 무사히 구조 "다행" 뜬 눈 밤 새워
[신안=뉴시스]박기웅 기자 = 전남 신안 해상에서 총 267명을 태운 대형 여객선이 좌초되며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승객은 모두 구조됐지만, 세월호 참사 기억이 남아 있는 지역사회는 긴장감에 휩싸인 채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20일 목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17분께 전남 신안군 장산면 인근 해상에서 2만6000t급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항로 인근 암초로 추정되는 지점에 좌초했다.
배에 타고 있던 한 승객은 "배가 쿵! 했다. 이후 몸이 크게 넘어질 정도로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매점 내 판매대는 이미 충격에 쓰러져 넘어졌다. 진열된 상품도 대부분이 쏟아져 바닥을 뒹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당시 사진 속에는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입은 채 줄을 서 있는 모습도 목격됐다. 저마다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짐을 챙겨 여객선에서 내려 구조함에 옮겨 타기 위해 준비했다.
해경 구조 함정을 타고 겨우 육지에 발을 내디던 승객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거나 그제야 긴장감이 풀린 듯 자리에 잠시 주저앉거나 겨우 걸음을 내디뎠다.
승객들은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며 공포감을 호소했다. 한 70대 남성은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말했다.
한 중년여성은 "몸이 넘어질 정도로 충격이 컸다. '쿵' 소리가 난 후에는 정신이 없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70대 남성 승객은 "안내 방송은 우왕좌왕하다 한참 뒤에야 늦게 나왔다. 안내 방송은 '움직이지 말고 기달려 달라'라고만 할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일부 구조 승객들은 휴대전화 통화로 "세월호 사고가 떠올라 가슴이 철렁 했어야",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어. 몸은 괜찮아", "이제 걱정 마"라며 걱정하고 있을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했다.
소식을 접한 지역민들도 'TV 뉴스를 보고 어찌나 놀랐는지 모른다', '행여나 대형 재난으로 이어지는 건 아닌지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구조 장면을 지켜봤다', '무사히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니 다행이다' 등 반응을 보이며 간신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배에 탄 267명은 모두 구조됐으나 27명은 허리 통증 등을 호소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중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퀸제누비아2호 선내에는 사고 수습을 위해 일부 승무원이 해경과 함께 남아있다.
해경은 항로 이탈 여부, 조타 실수, 조류·지형 변화 등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선체 손상과 해저 지형 변동 여부도 함께 파악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pboxer@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