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대통령, '미군 주둔 허용' 개헌안 부결에 개각 단행

기사등록 2025/11/19 12:26:14 최종수정 2025/11/19 13:32:25

'친트럼프' 노보아 대통령 추진 미군 허용 구상 국민 반대로 좌초

전문가 "개헌안 부결, 美 군사작전보다 노보아에 대한 불신 반영"

[만타=AP/뉴시스]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자신이 주도적으로 추진해 온 미군 주둔 허용 구상이 국민들의 반대로 무산되자 개각을 단행했다고 18일(현지 시간) 엘우니베르소가 보도했다. 사진은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지난 5일 에콰도르 만타 소재 엘로이 알파로 공군기지를 시찰한 뒤 걸어 나오는 모습. 2025.11.19.
[서울=뉴시스] 권성근 기자 =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자신이 주도적으로 추진해 온 '미군 주둔 허용' 구상이 국민의 반대로 무산되자 개각을 단행했다.

18일(현지 시간) 에콰도르 일간 엘우니베르소에  따르면 노보아 대통령은 이날 마리아 호세 핀토 부통령을 보건부 장관에 지명하는 등 일부 개각을 했다.

자리에서 물러난 다닐로 팔라시오스 농무부 장관 후임에는 경제재정부 장관을 지낸 후안 카를로스 베가가 지명됐다.

또 이본 누녜스 노동부 장관 후임에 해럴드 바바노 인간개발부 장관을 낙점했다.

앞서 지난 16일 치러진 에콰도르 국민투표에서 '외국 군사 기지 또는 군사 목적시설 설치 금지 규정을 폐지하고, 국내 기지를 외국군에 일부 양도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취지의 개헌안은 개표율 99.14% 시점에 유권자의 60.84%가 반대해 부결됐다. 찬성은 39.16%에 그쳤다.

2023년 집권한 노보아 대통령은 강경 보수 성향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약 운반선 공습 작전을 지지하며 개헌 필요성을 역설해 왔다. 노보아 대통령이 집권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마약 밀매 조직을 단속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었다.

그는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 저택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트럼프 지지자인 에릭 프린스가 설립한 세계 최대 민간 군사기업 블랙워터와 계약을 맺는 등 지난 수개월간 미군 기지 허용에 공을 들였다.

[키토=AP/뉴시스] 16일(현지 시간) 에콰도르 키토에서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의 디젤 보조금 폐지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아돌프 히틀러로 분장시킨 노보아 대통령의 등신대를 들고 있다. 2025.09.17.
미군은 지난 두 달간 카리브해에서 마약 운반선 21척을 공격해 최소 83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수의 법률 전문가는 이런 공습은 국제법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분석가들은 국민투표에서 개헌안이 부결된 것은 미군 군사작전에 대한 불만보다 노보아 대통령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과 불만이 반영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노보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마약 범죄 척결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그가 취임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에콰도르에서 살인 사건은 증가하고 있으며, 많은 교도소가 사실상 갱단에 의해 장악됐다. 일부에선 올해가 에콰도르 역사상 가장 폭력적인 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미군 주둔은 에콰도르 정부가 진행 중인 범죄와의 전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 분석가인 파멜라 레온은 "노보아의 패배 요인은 트럼프가 아니다. 변화를 약속했지만 행정부가 국민에게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국내 문제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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