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제미나이 3’ 출시…AI 거품론 위기 속 MS와 같은 날 승부수

기사등록 2025/11/19 10:15:59

월가 투자 위축 우려 속 구글·MS 나란히 AI 전략 발표

제미나이 3, 검색 'AI 모드'에 즉시 탑재…에이전트 플랫폼도 공개

피차이 "거품 붕괴 땐 누구도 안전하지 못하지만 AI, 결국 산업 재편”

[서울=뉴시스] 구글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 3' (사진=구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구글이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 최신 버전을 공개했다. 최근 미 월가에서 'AI 거품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구글도 같은 날 AI 관련 발표에 나선 것은 투자 위축 우려보다 기술 주도권 경쟁을 우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구글은 18일(현지 시간) '제미나이 3'을 공개했다. 지난 3월 '제미나이 2.5' 공개 후 8개월 만이다.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제미나이 3은 창의적인 아이디어 속 미묘한 단서를 포착하거나 복잡한 문제를 여러 겹의 층위로 나눠 풀어낼 수 있는 등 전례 없는 수준의 깊이와 뉘앙스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된 최첨단 추론 능력을 갖췄다"고 소개했다.

이어 "요청 컨텍스트와 의도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해 최소한의 프롬프트로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2년 만에 AI가 단순히 텍스트와 이미지를 읽는 데서 나아가 '분위기를 파악하는' 수준으로 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GPT-5, 그록4보다 뛰어나다"…현존 최고난도 벤치마크서도 최우수

이 모델은 현존 최고난도 AI 성능 평가로 불리는 '인류의 마지막 시험'에서 '제미나이 3 프로'가 정답률 37.5%를 기록했다. 이 점수는 툴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순수 점수로 'GPT-5 프로'(30.7%)보다 앞섰다.

구글은 "제미나이 3 프로가 과학, 수학 등 방대한 주제에 걸친 복잡한 문제들을 높은 신뢰도로 해결할 수 있다"며 "답변은 똑똑하고 간결하며 직설적이다. 상투적인 문구와 아첨을 지양하고 진정한 통찰을 제공하며 단순히 이용자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이 아니라 꼭 필요한 조언을 해준다"고 강조했다.

구글의 이번 발표는 과거와 달리 AI 모델 새 버전을 즉각 검색 엔진에 탑재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엘리자베스 리드 구글 검색 부문 부사장은 제미나이 3을 구글 검색 'AI 모드'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다며 "제미나이 모델이 출시 첫날부터 검색에 적용되는 최초의 사례"라고 밝혔다.

다만 제미나이 3을 적용한 AI 모드는 미국에 우선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에는 순차 출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구글은 제미나이 앱에 '생성형 인터페이스', '제미나이 에이전트'를 공개했으며 AI 에이전트 개발 플랫폼 '구글 안티그래티비'도 출시했다. 생성형 인터페이스는 이용자 수요에 맞춰 적응하며 입력한 프롬프트에 최적화된 답변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말한다.

제미나이 에이전트는 이용자를 대신해 복잡하고 여러 단계가 필요한 작업을 조율하고 완수하는 새로운 툴이다. 이 에이전트는 구글 AI 울트라 멤버십(월 36만원) 회원에게 우선 제공된다.
 
[파리=AP/뉴시스]프랑스 파리 외곽 이시레물리노의 마이크로소프트(MS) 프랑스 본사 건물에 MS 로고가 보이고 있다. 2024.06.25.

한편 이날 구글뿐만 아니라 MS도 연례 행사 '이그나이트'에서 ▲에이전트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제어할 수 있는 통합 제어 플랫폼 '에이전트 365' ▲MS 365 코파일럿이 사용자, 역할, 조직을 깊이 이해하도록 만드는 지능 기반 레이어 '워크 IQ' ▲코파일럿 채팅에서 문서·스프레드시트·프레젠테이션을 고품질로 공동 제작할 수 있는 '워드·엑셀·파워포인트 에이전트 인 챗' 등을 공개했다.

MS가 새 AI 서비스를 잇달아 공개한 가운데 구글도 새 모델을 출시했다. 구글은 예년과 달리 새 모델 출시일을 소폭 앞당겼는데 빅테크 간 AI 경쟁 의식이 작용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AI 거품론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빅테크 경쟁
[뉴욕=AP/뉴시스] 지난 2월 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엔비디아 옵션 관련 정보가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 2025.07.09.

또 최근 월가에서 주요 빅테크의 AI 대규모 투자 우려와 함께 AI 기업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AI 거품론'이 화두인 상황이다. 이에 MS, 엔비디아, 테슬라 등 주요 빅테크 주가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가 하락세다.

하지만 주요 빅테크의 잇단 AI 발표는 이러한 과열 논란에도 불구하고 AI 투자가 장기적으로 불가피하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재확인시키려는 시도로도 읽힌다.

피차이 CEO는 전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이 AI 거품 붕괴에도 잠재적인 폭풍을 견딜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내면서도 "우리를 포함해 어떤 회사도 영향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의 언급은 현재의 AI 투자 열기가 일부 조정 국면을 맞더라도 기술 자체 방향성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장기 낙관론을 동시에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아무도 인터넷의 가치 자체를 의심하지 않았듯 AI 역시 결국 산업 전반을 재편할 것이라며 단기적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구조적 성장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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