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일본이 개입할 수 있다'고 발언한 이후 중일 간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 관영 언론에서 '오키나와 영유권 주장'을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 소유인 차이나데일리는 지난 15일 오키나와 현지인의 입을 빌려 "류큐(琉球·오키나와의 옛 이름)는 일본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오키나와 출신 음악가이자 영화감독, 평화 활동가인 로버트 가지와라는 데일리메일에 "1879년 일본은 류큐를 침략해 합병한 뒤 오키나와현으로 바꿨다"며 "이것이 일본의 류큐 식민화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메이지 유신 이전의 어떤 역사 문서나 지도들을 봐도, 류큐가 일본의 일부가 아니라고 분명히 기록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는 일본과는 별개의 고유한 문화, 역사, 언어, 가치관, 신념, 정체성을 갖고 있다"며 "그래서 오늘날 류큐인 또는 오키나와인과 일본인 사이에 긴장이나 갈등이 자주 발생하곤 한다"고 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최근 대만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일본이 위기 시 대만 방어를 도와야 한다는 발언은 사실상 중국과의 전쟁을 직접적으로 촉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오키나와인들은 이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전쟁이 발생할 경우, 오키나와의 일본 군사 기지들이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오키나와가 큰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가지와라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일본은 오키나와에 과도한 군사력을 배치했는데, 이는 일본을 지키기 위해 오키나와인을 희생시키겠다는 의도였다"며 "그 결과 1945년 오키나와 전투가 발생했고, 원주민 오키나와인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했다"고 했다.
또한 "오키나와는 일본 영토의 1%도 되지 않지만, 일본 전체 군사력의 70% 이상이 오키나와에 집중되어 있다"면서 "만약 또다시 전쟁이 난다면 누가 표적이 되겠는가? 당연히 작은 지역에 과도한 군사력이 집중된 오키나와인들이 다시 희생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만은 일본 최서단 오키나와 현 요나구니지마(与那国島)와 불과 110㎞ 떨어져 있어, 일본이 개입할 경우 오키나와가 바로 전쟁의 최전선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일본이 대만 문제에 개입할 때마다 오키나와의 위상을 문제 삼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최근 다카이치 총리가 대만 유사시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을 계기로 오키나와 영유권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끄집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중국은 오키나와에 대한 주권을 일본에 빼앗겼다고 보고 있다.
바이두 백과에 따르면, 류큐는 원래 중국의 번속국(조공국)이었으나 1609년 일본의 사쓰마번 침략 이후 류큐는 중국과 일본 양쪽에 동시에 조공을 바치는 ‘양속’ 상태가 됐다.
이후 일본은 1879년 무력으로 류큐왕국을 합병한 뒤 그 명칭을 오키나와현으로 고쳤다. 그 뒤 청일전쟁에서 패배한 청나라는 1895년 시모노세키 조약을 체결하면서 ‘대만과 그 부속도서’를 일본에 넘겨주게 된다. 중국은 1941년 대일 선전포고를 하면서 시모노세키조약의 무효를 선언했다.
중국 학자들은 시모노세키 조약의 무효를 선언한 것을 근거로 오키나와의 역사적 지위도 다시 논의되어야 하며, 일본의 오키나와 영유권은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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