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금융사들 단기 실적주의에 제동
[서울=뉴시스] 조현아 최홍 기자 =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성과보수 체계 개편을 다시 추진한다. 금융사고 발생 시 임원의 성과급을 환수하는 '보수환수제도(클로백·clawback)' 도입을 비롯해 개별 임원의 보수 지급계획에 대해 주주 통제를 받도록 하는 이른바 '세이온페이(Say-on-pay)'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사고는 매년 늘고 있는 데도, 역대급 실적을 내는 금융사 임직원들이 과도한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을 통해 이같은 내용의 성과보수 체계 개편에 나설 예정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임원에 대한 개별보수를 공시하는 방안과 보수 지급계획을 주총에서 설명하도록 하는 조치,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선급금을 환수할 수 있는 부분까지 종합적으로 취지에 맞게 제도 개선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사들의 단기 실적주의에 제동을 걸고, 금융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재명 대통령도 후보 시절 공약집에서 재무제표에 중대한 오류 등이 발견되면 일정기간 금융기관 경영진의 보수를 환수하는 '보수환수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미 클로백과 세이온페이 제도를 통해 금융사 임원들의 과도한 성과급 지급을 막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형 투자은행 경영진들이 고위험 전략으로 막대한 성과급을 챙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고, 이를 계기로 금융사들의 보수 환수 제도가 강화됐다.
국내에서도 금융위원회가 지난 2023년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할 당시 클로백과 세이온페이 제도 도입을 검토한 바 있다.
당초 금융위는 클로백 도입을 검토했다가 법적 분쟁 소지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임원의 성과보수 이연 비율을 기존 40%에서 50%로, 이연 기간은 3년에서 5년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금융사 임원의 보수지급 계획에 대해 주주총회에서 설명하도록 하는 세이온페이를 비롯해 지배구조법상 연차보고서에 개별 임원 보수지급액을 포함해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했으나 관련 논의가 끝내 무산된 바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거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한 바 있다"며 "이번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제도 개선 방안을 살펴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속내는 복잡한 모습이다. 제도의 취지를 반영한 내부 규정을 운영 중인데도, 법제화에 나서는 것은 금융사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에 따라 금융사들은 임원 성과급의 40% 이상을 3년 이상에 나눠 지급하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이연 기간 중 손실이 발생하면 성과보수를 재산정하도록 하고, 이미 지급된 성과급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금융사들이 이연지급제를 시급하고 있어 당국의 취지대로 이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퇴직자에 대한 성과급 환수가 이뤄지면 법적 소송 등도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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