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인 주택 공급 부족·규제 강화…똘똘한 한 채 수요 여전
"세금 오르기 전 증여…세제 개편 예고에 매매 대신 증여 선택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아직 집을 처분하지 않은 집주인들은 버티기에 들어갔어요."
지난 17일 강남구 대치동 대장주로 통하는 래미안대치팰리스 단지 내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앞으로도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집주인들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여러 채 보유한 집주인들은 급할 게 하나도 없다"며 "여전히 대수 대기자들이 많고, 버티기만 해도 집값이 더 오를텐데 누가 집을 내놓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및 고가주택 대출 규제 등을 골자로 한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서울 집값 상승을 이끌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상급지' 지역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집주인 대부분이 정부의 규제 속에 버티기에 돌입하면서 집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매매 대신 증여를 택하는 흐림이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10·15 대책이 시행된 지 약 1개월이 지난 가운데 서울 집값 상승 폭은 축소됐으나, 상승세는 여전하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1월 둘째 주(10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7% 상승했다. 서울 집값 주간 상승률은 10·15 대책 발표 직전 0.54%에서 ▲0.5% ▲0.23% ▲0.19% 등으로 상승 폭이 둔화됐다.
다만 서초·송파·용산·성동구는 집값 상승 폭이 전주 대비 커졌다. 성동구(0.29%→0.37%)는 전주 대비 상승 폭이 0.08%p 상승했고, 용산구(0.23%→0.31%), 송파구(0.43%→0.47%), 서초구(0.16%→0.20%)도 대책 발표 이후 3주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부동산원은 "전반적인 시장 관망세가 이어지며 매수 문의가 감소하고 거래가 한산한 가운데 일부 선호 단지 및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 상승거래가 체결되며 서울 전체적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10·15 대책 발표 이후 강남 지역에서는 신고가 경신 사례가 늘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10·15 부동산 규제 대책 발표 전(10월 1~14일) 강남3구의 신고가 매매 건수는 67건에 불과했지만, 대책 발표 이후인 15~28일에는 108건으로 6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용산구의 신고가 거래 건수도 2건 늘었다.
실제 일부 단지에서 신고가 경신 사례가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전용면적 114.14㎡)가 63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또 지난 30일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76㎡)와 이달 4일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전용면적 59㎡)는 각각 36억9000만원, 31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또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 방침에 따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내년 5월에 끝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세금을 내는 이들보다 증여세를 내고 자녀에게 물려주는 집주인들도 많아졌다.
실제 고가 아파트가 몰려있는 강남3구의 증여 건수 증가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10월 아파트 등 서울 집합건물 증여 건수는 6718건으로 집계됐다. 강남구 증여 건수가 572건으로 가장 많았고, 양천구(481건), 송파구(450건), 서초구(430건)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 전체 증여 건수의 21.6%에 해당하는 1452건이 강남3구에서 집중됐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교수는 "만성적인 주택 공급 부족 우려와 정부의 잇단 규제 대책으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집값을 끌어 올리고, 상급지에서는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 예고에 차라리 싼 가격에 자녀 세대에게 아파트를 팔고, 증여세를 내는 게 돈을 아낄 수 있다고 판단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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