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경 시인 '불멸의 테이블' 출간
인도네시아에서 25년 넘게 인문·예술·역사 교류를 실천해 온 사공경(70·여) 한인니문화연구원장의 첫 시집 '불멸의 테이블'이 출간됐다.
시집은 단순히 이국적인 풍경을 스케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의 오래된 전통과 문화, 그리고 고통과 회복의 역사를 '바틱' 문양처럼 정교하고 깊이 새겨 넣은 한 편의 '문화적 성찰'의 기록이다.
사공경 시인은 저서 '자카르타 박물관 노트', 서부자바의 오래된 정원' 등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깊은 내력을 탐구해 왔다. 이번 시집에는 인도네시아에서 25년 넘게 뿌리내리며 쌓아온 삶과 예술, 그리고 신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출판사 서평에 따르면 신간은 대다수 해외 교민들의 생업 고민과는 다르게 "인도네시아의 전통과 문화를 더 사랑하는 듯 하다"는 평을 받는다.
시편들은 문명의 일시적 장식이 아니라, 시간을 넘어 '역사'라는 두께로 차곡이 쌓여온 문화를 이야기한다. 시인은 이를 "한 나라의 역사를 문화적으로 바라본 결과물"로 집약하며 "문화를 통해 화해와 통섭의 길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이 시집을 낳았다고 강조한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인도네시아를 "바다 위에 길고 넓게 펼쳐진 섬나라이자 밀림의 중심부처럼 깊은 나라"라고 표현하며 자신 또한 "어쩌면 순례자였는지도 모릅니다"라고 고백한다. 그는 고통과 식민의 기억, 정치적 폭력, 회복과 기도가 뒤섞인 자카르타에서 역사의 상처를 마주하며 예술을 배웠다.
특히 바틱 연구자이기도 한 시인은 창작 과정을 바틱 제작에 비유했다. "바틱 장인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천에 말람(초)을 쓰고 덮고 염색한 뒤 다시 삶아내듯, 나 역시 언어로 마음을 새기고 덮고 다시 기도하는 과정을 수없이 되풀이했습니다" 그의 시는 결국 '밝힘이 아니라 확인'이며 '내면의 사유'이자 하나의 '기도'라 할 수 있다.
채인숙 시인은 "이방인이었지만 모두의 스승이 되어간 그의 여정이 담긴 이번 시집은 독자들의 마음에도 불멸의 테이블을 차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공경 시인은 독자들에게 "읽는 이의 영혼에도 바틱 문양의 흔적이 조용히 물들기를 기도합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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