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모 전단 배치…베네수 카르텔 테러 단체 지정
마두로 축출해도 전복 어려워…강성 독재자 나올 수도
개입 장기화 우려도…트럼프 "마두로와 대화할 수도"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미국이 카리브해에 제럴드 포드 항공모함 전단을 배치하며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박을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 경우 베네수엘라에 대규모 혼란이 발생하고 미국에서도 반발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남부사령부(SOUTHCOM)는 16일(현지 시간) 보도자료를 내 포드함이 이끄는 항모전단이 이날 애너가다 항로를 통과해 카리브해에 진입했다고 전했다.
이번 해상 작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이뤄진 것이라며 "국토 방어를 위한 초국가 범죄 조직 해체 및 마약 테러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전개는 마약 소탕을 목표로 하는 '서던 스피어' 작전 일환"이라며 "항모는 카리브해에 배치된 강습 상륙 준비단 및 이에 탑승한 해병 원정대 등과 합류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국무부도 베네수엘라 범죄 카르텔인 '솔레스(Cartel de los Soles)'를 외국 테러 단체로 지정했다. 솔레스가 마두로 대통령 및 고위 인사들이 이끄는 조직이라고 규정했다.
마두로 정권이 베네수엘라 군, 정보, 입법, 사법을 부패시켰다며 "마두로도, 그 우군도 베네수엘라 합법 정부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범죄 카르텔을 마두로 정권과 연결 지어 공격 명분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마두로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범죄 조직인 '트렌 데 아라구아'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마약 밀매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마두로 대통령이 축출되거나 미군 공격으로 살해될 경우 군사 쿠데타가 발생하거나 또 다른 독재자가 등장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서반구 담당 선임 국장을 지낸 후안 곤살레스 조지타운대 미주연구소 상주 연구원은 CNN에 "마두로는 '날 몰아내려 한다고? 그럼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며, 이는 고려해 볼만한 점이라고 주목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차베스주의 내 온건파에 속한다며 "야당이 아니라, 군부 지지를 받는 다른 인물이 권력을 찬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군사 쿠데타 가능성도 있다.
존 볼턴 트럼프 1기 국가안보보좌관은 "군부가 여전히 결속력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런 증거가 보이지 않는 한 마두로에 대한 도전이나 축출로 인해 군부가 붕괴되진 않을 것"이라며 "군부는 규율을 따르고 군사적 통제권을 행사하며, 거리로 나서는 누구든 진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축출되면 정권 내부 경쟁 세력이나 콜롬비아 반군 단체, 범죄 조직 등 갈등이 불거져 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베네수엘라에서 수년간 근무한 한 익명의 서방 외교관은 "좋든 싫든 마두로는 균형의 보증인"이라며 "지난해 대선 이후 마두로가 정치적으로 죽은 상태라는 걸 모두가 알지만, 그가 떠나면 현 상태를 유지할 사람이 없다"며 "그래서 모두가 마두로를 중심으로 뭉친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 축출 이후 베네수엘라 야권 인사가 권력 공백을 채우길 기대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
곤살레스 연구원은 "야당 인사가 거의 즉시 통치하는 건 불가능하다. 미국의 안보 지원 없이 그들의 안전이나 통치 능력을 보장할 방법은 없다"며 "모두가 마두로 축출을 종착점으로 보지만, 이는 실제론 길고 지루한 과정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비관했다.
미국의 지원과 개입이 장기화될 경우 '고립주의'를 천명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내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익명의 한 공화당 의회 보좌관은 CNN에 "미국인은 트럼프가 미국을 남미의 분쟁에 계속 휘말리게 하라고 투표한 게 아니다"라며 "이런 점에서 트럼프는 반정부 세력에 장기적 지원을 약속하기 어려울 것이며, 지원 없이 이 계획은 성공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과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에서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중 취재진에 "(마두로 대통령과) 어느 정도 대화할 수도 있다"며 "베네수엘라는 대화를 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화 시기나 형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난 누구와도 대화할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게 될 것"이라고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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