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김예겸 인턴기자 = 영국의 한 여자축구팀이 영국축구협회(FA)의 규정을 위반하고 트랜스젠더 선수를 출전시킨 사실이 드러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아마추어 여자축구팀 웨스트 요크셔 위펫츠(West Yorkshire Whippets)가 영국축구협회 규정을 위반하고 트랜스젠더 선수를 출전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협회 규정상 트랜스젠더 선수는 축구 경기에 참여할 수 없다.
지난 4월 영국 대법원은 "여성은 생물학적 성"이라 보고 트렌스젠더 여성을 여성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를 근거로 FA는 6월부터 트랜스젠더 선수의 축구 경기 출전을 금지했다.
그러나 위펫츠는 규정이 발효된 이후에도 여러 차례 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FA 홈페이지에 공개된 선수 명단을 통해 위펫츠에서 트랜스젠더 선수가 두 번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한 번은 후보 명단에 포함된 사실이 확인됐다.
위펫츠는 텔레그래프에 "우리는 자원봉사 중심의 지역 기반 클럽으로, 모두에게 안전하고 환영받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라며 "개인 선수에 대한 사생활과 보호를 이유로 개별 질문에는 답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위펫츠는 FA의 규정 변경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친 성소수자 축구 클럽 가운데 하나다. FA가 규정을 발표할 당시 위펫츠는 트랜스젠더와 논바이너리(non-binary·한쪽 성에 속하지 않는다고 스스로 규정하는 사람)를 앞으로도 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펫츠는 지난 5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성명문을 발표하며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자 축구 참여를 금지한 FA의 결정에 깊은 실망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그들은 FA의 금지 조치가 "배제적이고 해로우며, 축구가 지녀야 할 가치인 포용성, 공정성, 공동체 정신에 반한다"고 전했다.
FA는 위펫츠의 규정 위반 사실을 접하고 해당 선수의 등록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성 스포츠의 공정성을 옹호하는 단체 '씬인스포츠(SEEN in Sport)'가 해당 사실을 지적한 후에야 조치가 이뤄져 FA 규정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지 않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문제를 제기한 씬인스포츠의 대변인 수 웡은 텔레그래프에 "여성 스포츠를 진정으로 보호하려면 모든 리그와 소속 클럽은 정책을 존중하고 여성에 대한 차별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라며 "FA는 규정 비준수 시 어떤 제재가 있는지를 포함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웡은 "이 문제는 특정 선수 한 명에 관한 것이 아니다. 리그의 모든 여성 권리를 지키는 문제다", "포용성 조치는 누구나 자신에게 적합한 팀과 리그에서 환영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클럽이 혼성 팀을 꾸리고 싶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것을 ‘여성 팀’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아마추어 축구 단체들은 리그 참여나 보험, 경기장 이용 등을 위해 대부분 FA에 소속되어 있다. FA에 소속된 팀들은 FA 규정을 따를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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